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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력 ‘불닭·너구리’ 쏙빠진 가격인하 속사정
농심 포함 라면4사 값내린다지만
“경영·원가 부담 여전” 입장표명
이전 인상폭 비해 ‘반쪽짜리’ 지적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라면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라업업계가 호응하며 가격인하에 나섰지만 대표 제품을 일부 제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정부의 ‘공개 압박’ 이후 농심을 비롯한 라면업계 4사가 가격 인하 소식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 인상했던 제품 수와 폭에 비교했을 때 ‘반쪽짜리 인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너구리(농심), 불닭볶음면(삼양식품), 진라면(오뚜기), 비빔면(팔도) 등 대표 제품들이 빠진 것도 한 몫 했다. 경영상 부담과 더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라면 4사 가격인하 품목·폭 따져보니=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 4사가 발표한 가격 인하 폭은 지난해 인상 폭 대비 절반 수준이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인상 폭은 평균 11.3%였지만, 올해 인하 폭은 평균 5.7%에 불과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평균 11%를 인상했지만, 올해 인하 폭은 5%에 그쳤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인상 폭이 평균 9.7%였고 올해 인하 폭은 4.7%, 팔도는 지난해 인상 폭이 평균 9.8%였지만 올해 인하 폭은 5.1%에 머물렀다.

대상 품목 수도 줄었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9월 ▷너구리(인상률 9.9%) ▷짜파게티(13.8%) ▷신라면(10.9%) 등 26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번 가격 인하 품목은 ▷신라면(인하율 4.5%), ▷새우깡 (6.9%), 2가지 품목에 불과했다. 농심 관계자는 “여러 제품을 인하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 혜택 체감을 위해 대표 제품으로 인하 품목을 집중했다”며 “밀가루 출고가 5% 가격 인하로 비용절감액은 80억원이지만 추가로 경영 상 부담을 감내해 소비자께 총 200억원 가까운 혜택을 드리는 사회환원의 의미로 봐 달라”고 했다.

▶너구리·불닭·짜파게티·진라면 등 빠져=라면업계는 2021년 이후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각종 생산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드물게 2년 연속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가, 가격을 인하했다. 물론 업체마다 인하 결정을 위해 내세운 사유는 비슷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해외수출비중이 올해 1분기 기준 64%인데 이 중 불닭볶음면의 비중이 80%인 상황”이라며 “국내와 해외 가격을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 시 매출 미치는 영향이 커 인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팔도도 라면 매출 비중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비빔면·왕뚜껑(용기면) 가격을 건드리지 않았다. 팔도 관계자는 “정말 심도깊게 검토했으나 여러 경영상 사유로 해당 제품은 제외하게 됐다”고 했다.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진라면은 타사 가격 대비 약 10% 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그동안 ‘저가 마케팅’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인상했던 스낵류는 인하 대상서 제외=이들 업체의 스낵 제품 중 새우깡을 제외하고 인하 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농심은 지난해 3월(평균 인상률 6%), 9월(5.7%) 두 차례에 걸쳐 스낵 가격을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0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과자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15.3% 인상했었다.

정부는 국제 밀가루 가격 하락을 근거로 라면값 인하를 압박했지만 에너지 가격, 인건비 등 부담을 호소하는 식품업체들이 앞으로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생산 비용의 증가가 적자로 나타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심은 직전 연도(2021년)에 약 4년 8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해 2분기 국내 시장에서 24년 만에 적자가 발생했다.

당시 농심은 원부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짚었다.여기에 산업용 가스·전기 등 에너지 비용 인상이나 인건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만 봤을 때 원가 비중은 많아도 20~30% 수준”이라며 “제품별 재료도 다를 뿐더러 그 외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인데 가격 인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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