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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격자 치료행위, 의료법 위반” 보험금 지급거부 명분 판례 보니

보험사는 발달지연 아동 진료기관에 대한 실손보험금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의료자격’을 꼽는다. ‘치료사’이름을 붙인 민간자격만 보유한 비의료인은 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보험금도 지급할 수 없다는 게 보험사 측 주장의 골자다.

현행법상 의료 관련 국가자격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의료기사에만 부여된다. 각각 의료법, 의료기사법에 의해 면허증이 발급되는데, 의료기사에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가 있다. 의료기사법상 ‘치료사’가 붙은 국가자격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뿐이다.

발달지연 아동 진료기관에 있는 대부분의 ‘치료사’는 사실 ‘치료사’명칭을 쓸 수 없는 민간자격자다. 자격기본법은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직결된 분야, 즉 의료 업무에 대해서는 민간자격을 신설하거나 운영·관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민간자격서비스(PQI)에서 ‘놀이상담사’로 검색된 민간자격이 61건에 달한 반면, ‘치료사’는 1건도 없었다.

즉,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은 의료인, 의료기사에 의한 의료행위만 해당된다. 언어치료(MZ006코드), 신경발달중재치료(MZ009코드), 심리적재활중재치료(NZ010코드) 등이 대상이다. 정부가 바우처를 지원하는 발달재활센터는 국가면허가 없는 민간자격자·전공자에 의해 운영되는 비의료기관으로, 설사 의사의 지도를 받았더라도 실손보험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 등 민간자격을 ‘치료사’면허로 오인할 수 있게 홍보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다. 놀이치료사, 인지학습치료사, 인지행동치료사, 미술심리치료사 등 명칭도 다양하다.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 면허 없이 의료기사 등의 명칭 또는 유사한 명칭을 쓰는 경우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판례도 민간자격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2017년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소위 ‘운동처방사’를 고용해 도수치료를 실시하고 실손보험금을 받아낸 의사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사기 및 의료기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고등법원은 장애인 재활상담사에 대한 민간자격 등록을 거부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재활상담사 자격 신청시 직무내용에 포함된 ‘장애인 건강상태 평가’는 의사의 진단 업무로 인식될 수 있고, ‘재활서비스’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나 물리치료사 등 국가자격 취득자에 의해 실시돼야 하는 재활치료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 건강과 관련된 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할 만한 단어는 (민간)자격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법원이 본 것”이라며 “아동 발달지연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로 치료사 면허가 없는 민간자격자의 불법의료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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