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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태화의 현장에서] 최저임금과 소상공인 경영난

자주 가는 식당이 있다. 동네 작은 일식집인데 조용해서 혼자 해장할 때면 종종 찾는다. 주방이 보이는 바가 있고, 음식을 만들어 직접 내어준다. 사장이 젊고 수더분해서 점원과도 티격태격, 친근한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일주일 전쯤에도 이곳을 방문했는데 사장 혼자뿐이었다. “A씨는 어디 갔느냐” 물으니 이젠 저녁시간에만 일을 봐준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장사는 크게 나아지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머리를 연방 긁었다.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키오스크’는 이제 어디에나 있고, 로봇서빙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급격하게 올라 부담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인위적으로 월급을 올리면 거시경제 관점에서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우선 일자리가 줄어든다. 전경련 의뢰로 조사를 한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3.96%만 늘어도 최대 6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최근 5년간 평균 신규 일자리 수가 31만4000개인데, 이 중 20% 수준의 일자리가 증발한다는 분석이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26.9% 인상해 1만2210원이 되면 최대 4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줄어드는 일자리는 ‘알바’가 주를 이를 가능성이 크다. 청년·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층이 피해를 본 셈이다.

물가도 오른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 12.5%의 2배인 27.8%에 달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사이 한계 소상공인은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은 최악의 조건으로 내몰렸다. 일단 빚으로 버텼는데 인건비 등 지출요인은 계속 커졌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매출은 오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보여주는 연체율도 1.00%로,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77만5000명을 나타냈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절반 이상이다.

빚은 늘었는데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자영업자 연평균 사업소득은 4년 전보다 오히려 10% 줄었다. 소득 하위 20%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55.1% 급감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부담까지 가중되는 것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 올랐다. 같은 5년간 주요 7개국(G7) 중 최저임금이 제일 많이 오른 캐나다의 32.1%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

노동계는 이번에도 최저임금을 1만2000원까지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26.9%를 일괄적으로 올려 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협상용이라고 해도 터무니 없는 수준이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미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중심을 잡고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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