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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도지시 없어도 지정상품으로 자동운용…퇴직연금 ‘머니무브’ 오나 [내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본격시행]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338조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다음달 12일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인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노사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고객 입장에서는 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별도의 선택 없이도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폴트옵션은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정부는 작년 7월 관련 시행령을 마련했고, 다음달 12일까지 유예기간을 지정했다. 이때까지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정부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DB형·DC형·IRP형이란=DB(확정급여)형은 외부 금융사에 보관한 퇴직급여를 회사가 운용하는 방식이다. 퇴직급여를 운용하다 발생한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운용수익과 무관하게 노동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는 사전에 결정돼 있는데, 산정 방법은 퇴직금 제도와 동일하다. 퇴직하는 시점의 월급(퇴직 직전 3개월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형태다. 사용자가 매년 근로자 개인별로 연봉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노동자 퇴직 계좌에 납입하면, 근로자가 이를 운용하는 것이다. 퇴직하게 되면 그때 회사 부담금과 운용수익을 더해 퇴직급여로 받는다. 투자 성향에 따라 원금 보장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가입자의 90%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기관을 통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퇴직일시금을 수령한 사람은 IRP를 활용해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가입 기간을 유지 및 연장할 수 있다. IRP는 최근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안정적으로 노후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뿐 아니라 MZ세대(1980~2000년 출생)도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특히 연간 최대 700만원 한도에 16.5%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옵트인·위험자산 운용확대 고려할만=퇴직연금 가입자가 모두 디폴트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고 운용 성과에 책임을 지는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이 된다. 회사가 적립금을 전적으로 운용하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적립금을 방치하는 가입자에게만 디폴트옵션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옵트인’이다.

‘옵트인’은 디폴트옵션에 곧바로 들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일한 유형의 일반 퇴직연금 상품과 비교했을 때 디폴트옵션 상품은 금리가 약간 더 높거나 수수료가 조금 더 싼 경향이 있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이 적용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디폴트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옵트인’ 방법을 쓰는 것이다. 다만 ‘옵트인’ 방법으로는 디폴트옵션 상품 하나만 가입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 전까지는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으로 정한 상품과 다른 상품을 옵트인으로 매수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미 디폴트옵션이 적용돼 적립금 중 일부를 특정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다른 상품을 매수할 수 없다. 단 기존 상품을 먼저 매도할 경우에는 후자를 매수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적립금 중 70%까지만 위험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데, 디폴트옵션에는 이같은 제한이 없어 고위험 상품을 추가 매수하는 등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주식 등 위험자산 편입 비중이 높아지면 리스크 또한 커지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338조 퇴직연금 시장서 증권 약진할까=증권업계는 내달부터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근로자가 직장에서 거래하는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에 자연스레 가입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38조1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74조8993억원으로, 시장점유율 51.72%를 차지하며 가장 컸다. 이어 보험 86조5173억원(25.58%), 증권 76조7427억원(22.69%) 순이었다. 은행권의 경우 작년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2.39% 증가했고 증권사는 4.11% 늘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보험권은 유일하게 소폭 감소(0.55%)했다.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증권, 보험, 은행 순이었다. 올해 1분기 증권의 수익률은 2.86%로 지난해 4분기보다 0.78%포인트 올랐고, 보험의 수익률은 2.28%로 같은 기간 0.3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수익률은 2.25%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59%포인트 올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대상자들은 투자방법과 수익률 등을 꼼꼼히 비교해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보험과 은행권에서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이 투자형 상품에 강점을 보이는 증권으로 옮겨갈 유인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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