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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이 공사비 전쟁터
1년새 70% 폭증에 분쟁 이어져
“증액” vs “수용불가” 시공사 교체
건설사 사업성 악화 수주 포기도

전국 정비사업지 곳곳이 공사비 분쟁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1년 새 70% 이상 폭증한 공사비에 시공사 교체를 검토하는 사업지가 있는가 하면,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를 제시했다가 계약을 해지 당한 건설사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은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제주, 경남 창원 등 지방 정비사업지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3㎡당 평균 500만~600만원대였던 공사비가 1년도 안 돼 800만~900만원대까지 폭증하면서다.

2300여 가구 규모 대단지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시공단(건설사 컨소시엄)으로부터 3.3㎡당 859만원이라는 공사비 안내 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조합이 의결한 공사비 수준은 3.3㎡당 490만원 수준이었는데 1년 새 75% 인상된 셈이다. 조합 측은 시공단 제시 금액보다 20% 가량 내려야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이 859만원안을 고수하면 ‘시공사 교체’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서대문구 내 또 다른 정비사업지인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도 건설사로부터 90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 인상 요청을 받았다. 시공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20년에는 공사비가 3.3㎡당 512만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건설사가 687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고, 지난달에는 898만6400원으로 재차 인상을 요청했다. 2020년 대비 공사비가 75% 뛴 것이다.

두 사업지 모두 건설사 측에선 금리 인상,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뿐 아니라 조합 측이 요구한 마감재, 설계안대로라면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조합에선 ‘수용 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도 시공단과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여전하다. 공사비 검증을 맡은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중순 조합 측에 검증 결과를 통보했는데, 증액 공사비 1조1385억원 중 1621억원을 검증해 377억원을 감액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검증한 공사비 비중은 14%에 불과해 나머지 9764억원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급증하는 데엔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이 크다. 정비사업지 3.3㎡당 평균 공사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주거용 건물 정비사업 3.3㎡당 평균 공사비는 2020년 480만원, 2021년 519만원→2022년 607만원으로 해마다 앞자리 수가 바뀌는 양상이다.

이렇다 보니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정비사업 수주를 포기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조합원들에게 재건축 참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에선 GS건설이 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3.3㎡당 987만2000원의 공사비를 제안했다가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주택재개발조합도 최근 시공사로부터 3.3㎡당 695만원을 요청받아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지 3.3㎡당 평균 공사비(637만원)를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700만원대 공사비를 요구한 사례가 등장했다. 제주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이도주공2·3단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공사비를 42% 증액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2020년 8월 기준 3.3㎡당 공사비는 509만원이었으나 외부 요인 등의 영향으로 719만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요청이다. 조합은 8월께 총회를 통해 증액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의 조합과 시공사들은 평행선을 달리는 이같은 갈등이 당분간은 해법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이 공사비 대책방안을 도출하자며 모인 자리에 참석한 뒤 “서너시간의 회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낙담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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