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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美에 동참말라”…험난한 ‘8만전자’, 中 ‘반도체 원료 무기화’ 반격 걸림돌 [투자360]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로이터·AP·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는데 대해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료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란 ‘맞불’을 놓으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두 업체의 주가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을 넘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中 관영매체 “美·동맹국 반도체 견제 강화 따른 것” 맞불 시사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국은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관련 8개 품목과 게르마늄 관련 6개 품목이 수출 통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을 수출하려면 구체적인 해외 구매자 정보를 보고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갈륨은 첨단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용 태양전지 등에 쓰이며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필수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의 97.7%, 게르마늄 생산의 67.9%를 차지한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미국과 일부 동맹국이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 견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든 데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장비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가 이르면 9월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에 이어 구형 DUV 장비까지 중국 내 반입을 막으면 DUV를 통해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해온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과,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동참 요구를 받고 있는 유럽연합(EU), 한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동시에 강도 높은 맞불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中, 희귀 금속 수출 규제 무기로 韓 압박 가능성도

중국의 이번 조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질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전체 갈륨 수입량의 40% 이상을, 게르마늄은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국내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갈륨은 전력 조절에 강점을 가진 소재여서 반도체 시장의 한 부분인 전력반도체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7일 ‘삼성 파운드리 2023’에서 2025년부터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이 반도체용 희귀 금속 수출 규제를 무기 삼아 한국에 대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 전선에 동참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까지도 제기된다.

지난 3일 한중일 국제포럼에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한국과 일본이 다른 나라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존중하지만 이를 가까운 이웃을 봉쇄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단기 주가엔 영향 적을 듯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에게는 위기로 인식된다. 반도체 원료 확보의 문제를 넘어 미국과 중국 어느 한 국가와 등을 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최대 소비 시장이자 우리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蘇州)에 패키징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에 D램공장을, 충칭(重慶)엔 패키징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를 중국에서 만든다. 중국 시장을 접게 되면 이 공장들도 장기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국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최고 9만5000원(KB증권)까지 올려 잡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의 경우 10만5000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높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12곳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1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엔 미중 갈등 악화가 이미 반영된 만큼 급격하게 주가를 끌어내리는 등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양국간의 갈등이 예상보다 더 첨예해지고,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될 경우 주가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갈등 고조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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