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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육아 우수기업 사례집 펴낸 고용부...현실은 여전히 '휴직 신청시 해고'
고용부, 11개 '출산‧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 펴내
'여성 친화기업' 메리츠자산운용, 육아휴직 신청한 '워킹맘' 해고
현행법 육아휴직 자동 개시 권한 없어 법 개정 필요

육아휴직 중인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2017년엔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육아휴직자 수가 2020년 20명에서 2022년 36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이 2020년 1명에서 2023년 13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출산·육아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 54페이지 中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의 말

정부가 2017년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비롯한 포스코, 롯데그룹 등 11개 '출산‧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들을 묶어 이를 사례집으로 펴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이런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현행 법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자동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같은 회사가 아니면 휴직이 쉽지 않다.

11일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엄마·아빠가 경력단절 걱정 없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출산‧육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11개 기업의 사례를 담은 '출산‧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제공]

법정 기준보다 앞서가는 제도를 시행하는 사례와 육아휴직 종료 후 원활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통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중소기업 사례를 담았다. 근로자 눈높이에 맞춰 지원제도가 안착되기까지 기업들의 세심한 노력과 함께 제도를 활용해 일과 가정을 양립한 근로자들의 경험담을 담은 ‘생생 현장 속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개선해 나가는 담당자의 소감을 담은 ‘공감 톡톡’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목소리를 통해 제도 운영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는 "8세 이하 자녀를 위한 육아기 재택근무제(포스코), 초등 1년 자녀돌봄 단축근무제(케이티알파), 워킹대디 소모임(모션), 매뉴얼부터 멘토까지 육아휴직 복귀 지원(롯데그룹), 월 1회 패밀리데이 휴무(동아쏘시오홀딩스) 등 제도에 대해 근로자의 호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이번에 소개된 우수사례를 참고해 워킹맘‧대디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일터여건을 조성한다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 바람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육아휴직 등을 사용할 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가 대외적으로는 여성 친화적 기업을 표방하면서, 사내에선 육아휴직을 신청한 '워킹맘'을 해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9년 여성가족부와 '메리츠자산운용 내 여성 고위직 확대 및 국내 여성 친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 협약을 체결하고, 여성 친화적 기업을 선별·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더우먼펀드)'를 운용해 온 운용사다. 그러나 이 운용사는 이 펀드의 책임운용역으로 일했던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계약 기간 종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메리츠자산운용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육아휴직을 위해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23일 회사 측으로부터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받았다. A씨의 수정 요청으로 '기간 만료'로 수정해 재발급 받았지만, 당초 이 운용사는 사직의 형태도 사실과 다른 자발적 퇴직을 의미하는 '의원퇴직'으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행 ‘남녀고용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19조’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6개월 이상인 근로자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업주에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단,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자동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 탓에 사업주가 휴직 신청 사실을 지속적으로 외면할 경우 휴직할 방법이 없다.

이러다보니 경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학력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0.78명이었다. 전세계 꼴찌 수준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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