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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도 집값 반등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역전세난’ 최악은 없다 [박일한의 住土피아]
정부 역전세난 가구에 DSR 적용안하기로
역전세난 가구 보증금 반환 리스크 완화
집주인 급전세, 급매물 내놓을 이유 사라져
각종 규제완화 등 집값 회복 요인 많지만,
“하반기 국내외 경기침체가 변수”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이달 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이하 전용면적) 전세가 10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집주인은 재계약(갱신 계약)을 하면서 기존 전세보증금(1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을 돌려줘야 했다. 그럼에도 연 초 우려에 비해 내준 돈이 많이 줄었다. 이 아파트 같은 크기 전세는 연 초만 해도 모두 8억원대에 계약됐다. 최근 전셋값이 반등하지 않았다면 3억원 가까운 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아파트 같은 크기 신규 전세 계약은 이달 1일 10억5000만원, 11억원에 잇따라 이뤄지는 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반기 주택시장을 흔들 변수로 여겨지던 ‘역전세난’ 우려가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고, 정부가 이달 말부터 시행하는 역전세난 대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역전세난 걱정이 줄어들면서 매매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전셋값 하락 끝났다?= 다주택자인 A씨는 지난 4일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계획을 확인한 후, 전세를 놓고 있는 마포구 아파트 전셋값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이달 말부터 1년간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대해 다주택자 여부 상관없이 대출규제를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받으면,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2억~3억원 정도 늘어난다. 전셋값을 급히 내려 손해를 보느니 일단 대출을 신청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후, 천천히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생각이다. 마포구는 최근 전셋값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10월쯤 되면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A씨는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이 반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이나 용산구, 마포구 등지에선 A씨 같은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가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상환기일이 도래했는데, 역전세 상황에서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전세보증금을 먼저 대출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전세난을 겪고 있는 집주인에게 전셋값을 더 내려 급하게 새 세입자를 구하느니, 시장 상황을 봐가며 여유있게 대응할 여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전셋값 반등을 하는 것도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과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0.04%, 0.02% 올랐다. 서울은 7주 연속, 경기는 3주 연속 전셋값이 뛰었다.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단지엔 연초에 비해 수억원씩 전셋값이 뛴 곳도 많다.

전셋값은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전세 물건은 급감하고 있다.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전세에 계속 머무는 사람들,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전세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는 3만3291채로 가장 많이 쌓였던 1월12일(5만5882채)과 비교하면 40%이상 감소했다. 경기도도 현재 3만9145채로 1월12일(6만8673채)과 비교해 43%나 없어졌다. 시장에선 전세 물건수가 줄어드는 건 전셋값 반등의 신호로 여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 모습. [연합]

▶매매시장에도 호재?= 역전세난 완화는 매매시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금을 마련하지 못해 억지로 급매물로 팔아야 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투자 수요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판단한다. 한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는 “다주택자 상당수가 역전세에 대비해 올 하반기 재계약을 할 때 세입자에게 돌려줄 목적으로 은행에 수억원씩 모아놓았다”며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모아놓은 현금을 다른 데 활용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반등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다주택자들이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모아놓은 현금을 투자목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등 정부가 각종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집값 회복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 1기신도시 등 구도심에 아파트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규제를 풀어줘야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3~4년 내년 이후 집값이 불안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6500가구, 내년 1만4100가구 수준에 머문다.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입주 물량(3만3600가구)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최근 새 아파트 인허가는 줄고 있어 2~3년 후 입주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자이’ 무순위청약 결과 2가구 모집에 93만명이나 몰린 건,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잠재 주택 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하반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반등은 어렵겠지만, 시장 침체가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면 지역에 따라 집값도 반등하는 곳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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