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2월, 4월, 5월에 이은 네 차례 연속 동결로,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4연속 동결’은 2%대로 내려앉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한국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에 가까워졌을 뿐더러, 당초 예상했던 물가 경로에 부합하는 흐름이다.

한국 경제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되나 반등 시점이 불확실한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도왔다. 한은은 올 들어 5월까지 34억4000만달러 누적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경상수지가 저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가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반등 시점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앞서 지난 5월 말 한은 역시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보다 작다며 성장률 눈높이를 1.4%까지 내린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도 한은이 금리를 유지토록 했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5.00~5.25%)과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폭을 유지하게 됐다. 미국이 이달 26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경우 한미 금리차는 2.0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은은 한미 금리차 확대에도, 최근 자금·환율 흐름으로 미뤄 급격한 유출이나 원화 가치 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4연속 동결이 한은의 긴축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뜻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지만, 가계부채 누증 등의 여건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을 선회하기 쉽지 않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