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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의 양평...마을 곳곳 ‘플래카드 공방’
‘서울-양평고속도로’ 현장은
변경안 놓고 주민 분열·갈등 양상
용역업체 “환경영향·교통량 고려”
정치적 개입 “전혀없어” 재차해명
경기 양평군 양서면 증동길(원안 종점 인근)과 강하면 일대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모습 [신혜원 기자]

‘IC 없는 증동리 종점 고속도로 건설사업 반대’, ‘서울-양평고속도로 재추진 촉구! 양평군민의 염원을 무시마라!’, ‘국토부는 조속히 강하IC 노선 확정하라!’

13일 찾은 경기 양평군 양서면 증동길(원안 종점 인근), 강상면 병산리(대안 노선 종점 인근), 강하면 운심리(양평 1안 강하IC 신설지 인근) 등 일대엔 양평군민 저마다의 입장이 담긴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양서면으로 종점으로 하는 원안과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을 놓고 서로 입장에 따라 분열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업은 조속히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강하면 주민자치센터 1층에는 백지화 상태가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을 위한 ‘범군민 10만 서명운동’ 서명부가 놓여있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설계 업체는 출입시설 설치 여건, 환경 영향, 위치, 교통량 등의 요소를 검토해 종점을 변경했을 뿐 정치적 개입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날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원안인 양서면 종점 인근을 방문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원안은) 교량이 위치해 주변 경관이 많이 훼손되고 전후 구간에 터널이 위치하는데 간격이 1.2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를 다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위치에 대한 적정성을 봤을 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다른 안(강상면 종점)으로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해종합기술공사는 경동엔지니어링과 지난해 3월 말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업무에 착수한 사회기반시설 설계 및 컨설팅 전문 업체다.

이상화 부사장은 위치를 포함해 원안과 관련한 4가지 쟁점을 뽑아 살펴본 후 대안노선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안은 남종에서 양평JCT까지 15km가 되는데 출입시설이 없었다”며 “통과도로가 되다보니 주변에서 접근할 수 없게 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수원보호구역 및 생태자연보호구역, 철새도래지 등 최대한 환경에 적은 피해를 줄 수 있는 안을 고려하다보니 대안노선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대안노선에 따라) 교량, 터널을 더 설치하는 건 시각적으로는 안 좋을 수 있지만 환경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며 “교량과 터널을 더 설치한다고 해서 환경 피해가 더 많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안노선이 교량과 터널을 10여개씩 더 설치해야 하는 데 대한 환경 피해는 더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안노선은 교량 26개, 터널 19개가 필요해 원안에서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교량 11개, 터널 13개보다 더 건설해야한다.

이 부사장은 “더욱이 도로로 접근하는 교통량은 대부분 남쪽에서 올라오는 것이라 접촉 지점이 내려올수록 우리 도로로 전환되는 교통량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토부에서 대안노선 교통량이 원안 노선의 교통량보다 많다고 한 추정한 근거를 시사한 설명이다. 원안 노선 추진을 요구하는 측에선 대안노선 교통량이 더 많다고 추정한 세부 근거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용역업체로 선정된 후 두 달 만에 원안의 55%를 바꾸는 노선을 고안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물을 보고 현장조사를 몇 차례 하는 등 그런 과정을 거쳤다”며 “착수보고서에 이런 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만 제시한 것이다. 두 달이면 충분히 그런 방향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강상면 종점 변경에 대해 국토부와 사전 의견교환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며 “그런 의견을 받을 필요도 없고 저희는 기술적으로 검토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었던 만큼 사전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 장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대안노선으로의 변경 과정에서의 관계기관과 협의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국장은 ‘관계기관과의 협의 문서들을 공개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다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타당성 조사 중간 보고서에 대해선 “숨길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개됨으로 인해 (무분별한) 의혹이 제기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용역사에서 분석한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달리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으로 인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무용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예타안과 대안을 시종점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만 노선이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양평-이천고속도로 사례를 보면 실시설계까지 끝난 사업인데 예타부터 타당성 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까지 가면서 노선대가 완전히 바뀌고 시종점도 달라졌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덜한 케이스일 수 있고 양평-이천고속도로는 거의 100% 바뀌었다고 봐야되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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