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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업계 여전히 脫아스파탐...“소비자 불안 해소차원”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WHO “현재로선 문제 없다” 판단했지만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사는 기민한 대응
대체원료 찾고 ‘無아스파탐’ PB 상품 출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식품업계가 대체 감미료를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막걸리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위쪽)과 한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 진열대. [연합]

“발암가능물질은 맞지만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했으나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현행 사용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식약처 지침이 유지되면서, 막걸리업체 등 식품업계는 우선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재를 사용하는 ‘탈(脫)아스파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대처 속 소비자 “안 먹는다” “상관없다”=이날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아스파탐을 사용해온 일부 업체는 식약처의 현 기준 유지 결정과 무관하게 아스파탐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착수했고 이번 발표와 무관하게 감미료 대체 작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도도한 나쵸’, ‘감자톡’ 등 일부 제품(10여종)에 평균 0.01%의 극소량의 아스파탐이 들어있다.

크라운제과도 오리온과 비슷한 기조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콘칩 초당옥수수맛’ 제품에 초극소량 아스파탐을 쓴다. 그러나 앞으로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으로 최근 결정했다”며 “아스파탐 자체가 문제 여부를 떠나 국민 불안감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체감미료 사용을 시작한 곳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체 관계자는 “저희랑 협력하는 편의점 PB(자체 브랜드) 제품인 일부 제로 음료에 한해 7월 생산분부터 대체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업의 대응은 소비자의 불안을 종식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식약처의 발표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20대 직장인 오지현 씨는 “‘인공감미료’랑 ‘발암’이라는 단어가 같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안해 이후로는 제로 (제품)를 안 먹는다”며 “‘문제없다’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는 소수의 소비자라도 항의나 불만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차라리 지금 대체재로 바꿔놓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스파탐이 식품 섭취가 금지된 것이 아닌 만큼 개의치 않는다는 소비자도 있다. IARC는 술·가공육도 1군(발암물질)으로, 65도 이상의 고온음료, 소고기, 돼지고기 등도 2A군(발암추정물질)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스파탐의 경우 실험동물이나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불충분한 물질에 부여하는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평소 제로 음료를 마신다는 직장인 김소윤(29) 씨는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과다하게 섭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소처럼 제로 상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업계, ‘맛 변화’ 우려 속 “가이드라인 기다려”=이번 일로 이목이 집중된 막걸리업계의 경우에는 법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양조장의 90% 가까이가 연 매출 1억원이 안 되는 영세 사업장인 특성이 있다”면서 “1일 권장량의 최소 기준 만큼만 써 왔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면서 관련 행정 기준에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막걸리업계는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를 찾더라도 기존 제품의 맛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남아 있다. 자칫 맛이 달라질 경우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감미료를 뭘 쓰냐에 따라서 맛이 좌우될 수 있는데 연구개발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아무래도 점유율이 높은 선도 업체들이 뭘 쓰는지 등 서로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통가 “일부 PB에 함유...예의주시하며 후속조치”=유통업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다만 PB(자체 브랜드)나 차별화 상품 같이 유통사가 직접 기획하거나 단독으로 출시한 제품에 대해서는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가나다순) 등 대형마트와 세븐일레븐·CU·GS25 등 편의점은 이번 WHO 발표 이전부터 PB 제품과 차별화 상품을 대상으로 아스파탐 함유 여부를 파악하고 원료 대체를 검토하며 대응해 왔다.

특히 최근 근거리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고객이 많이 찾고 있는 편의점은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향후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아스파탐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계는 ‘아스파탐 논란’과 관련, PB·차별화 제품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업에서 관련 제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B·차별화 제품은 유통사가 상품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만큼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어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다. 또 유통사에 가격 결정권이 있어 NB(제조사 브랜드)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PB 시장 규모는 2008년 약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희량·전새날·김벼리·신주희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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