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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으러 일본 갑니다”…고물가·엔저에 ‘日 메뉴판 학습서’도 인기 [푸드360]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도심 지역에 위치한 라멘 가게의 메뉴판. 라멘 한 그릇의 가격은 700~800엔(약 6370~7280원)이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두 사람이 스시, 카이센동, 사이드 요리를 먹고 하이볼 3잔까지 시켰는데 4444엔(약4만440원) 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10만원은 나왔을 양이었는데 오랜만에 마음 편히 먹었어요.”

엔저+덜 오른 외식물가…日 ‘원정 외식’ 분위기

최근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일본에 다녀온 30대 직장인 한지혜 씨는 현지에서 물가 부담이 덜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한씨처럼 장기화된 엔저 상황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한국보다 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일본으로 일종의 ‘원정 외식’을 다녀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본의 한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유들. 우유 한 팩에 200엔 전후의 가격으로 한국 돈으로 2000원 초반대의 가격이다.[독자 제공]

최근 일본 후쿠오카 지역을 다녀온 직장인 김모(24) 씨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마침 비행기값도 15만원 정도였고 인터넷으로 식당 가격과 숙소비를 비교하다 가성비가 높을 것 같아서 성인 되고 처음으로 일본을 다녀왔다”면서 “빵이나 우유 가격도 한국에 비해 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일본을 찾는 한국인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258만여 명으로 일본 방문 전체 외국인의 30% 수준이다. 매일 1만7200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하는 셈이다.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의 한 백화점 베이커리. 크루아상 한 개 가격은 141엔으로 1300원을 넘지 않는다. [독자 제공][독자 제공]
“우유값 2000원대 초반…면·베이커리류도 한국 대비 낮아”

헤럴드경제가 6~7월 사이 일본을 다녀온 소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품목별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10%, 많게는 30% 가까이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의 한 라멘집의 키오스크 [독자 제공]

김씨가 방문한 후쿠오카 지역의 한 마트의 경우, 우유 한 팩의 가격이 200엔 전후로 한국 돈 2000원 수준이었다. 현재 2800원대 후반 기준인 국내 마트의 우유 한 팩 가격 대비 약 30% 저렴한 셈이다. 19일까지를 기한으로 원유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의 경우 올해 우유 값의 경우 한 팩에 300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식 라면인 라멘 가격은 700~800엔(약 6370원~7280원)으로 서울 시내 라멘집 9000~1만2000원대보다 가격이 낮았다고 한다. 김씨는 “크루아상 가격이 130엔, 한국 돈 1200원 정도라서 놀랐다”면서 “음식 가격에 대한 부담이 한국보다 덜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먹고 싶은 걸 다 먹는 게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45엔으로 적혀 있다. 약 4050원이다. [일본 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엔저 효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한국보다 싸

여기에 ‘엔저 효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의 제품 가격도 낮게 체감되고 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한국은 4500원, 카페라떼 5000원, 유기농말차라떼가 6100원이라면 일본(100엔 당 910원으로 계산할 경우)은 각각 약 4050원(445엔), 약 4460원(490엔), 약 4550원(500엔)으로 10~25% 정도 싸다.

일본어 메뉴판 관련 도서들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먹으러 가자’ 분위기에…일본어 메뉴판 학습서 인기↑

물가 부담이 덜한 휴가지로 일본이 주목받으면서 일본 음식 주문을 위한 메뉴판 학습서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6월 판매된 일본어 메뉴판 학습서 ‘마구로센세의 일본어 메뉴판 마스터’,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 ‘여행 일본어 메뉴판&쇼핑 무작정 따라하기’ 등 3권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약 2배(109.4%↑)로 증가했다. 지난달에도 ‘골목식당을 가기 위한 기초일본어’라는 신간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과 더불어 엔저 등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메뉴판 학습서’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한 책들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한 할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류들. [독자 제공]

소비자들의 이런 체감은 2020년 12월부터 31개월째 연속 오름세에 있는 외식 물가 상황과 연결돼 있다. 통계청에 따른 올해 6월 기준 국내 외식 물가 지수는 117.66으로 기준이 되는 2020년(100) 대비 17.66%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가공식품의 물가 지수는 지난달에도 7.5% 올랐다.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한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비해 여전히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韓 31개월째 물가 고공행진…日도 물가 상승 진행형

반면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04.8으로 한국 대비(111.13) 낮은 상황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도 일본이 더 낮다. 지난해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5.1% 올랐지만 일본은 3.0%(단 신선식품 제외) 상승했다. 단 일본은 가격 변동이 큰 신선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만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일본도 최근 급격히 식품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외식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5월 기준 일본의 식량 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는 9.2%로 1975년 10월(9.9%) 이후 약 47년 7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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