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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값 연체만 1조원…최악 위기 겪고 있는 부동산개발업[부동산360]
한해 동안 공동주택용지 해약만 3건
시행사 “납입 연기·연체이자 감면해 달라”
LH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도
LH 공급 택지.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시행사들이 아파트 사업을 위해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중도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액수가 1조원이 넘은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우려로 착공이 미뤄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땅값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가장 먼저 추진하는 시행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주택공급이 위축되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최근 한 해 동안 공동주택용지를 해약한 건은 3건으로 금액기준으로만 600억원 규모다. 시행사들이 자금난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금을 포기하고 토지를 반납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PF대출이 어려운 것은 물론 고금리에 PF대출을 일으켜 공사를 진행해도 공사비를 증액해주고 나면 10%도 마진이 안 남는다고 시행사들은 하소연한다. 10%마저도 분양이 잘됐을 때이고 미분양 탓에 분양가 할인을 하고 나면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공공택지는 경쟁매매 방식을 거치는 상가부지와 달리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시행사의 로또 당첨으로 비유됐다. 하지만 서울을 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최근 상황은 다르다. 경쟁 매매 방식을 거쳐 공급가격의 200~300%에 낙찰받았던 상가 등은 더욱 상황이 안 좋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시행사 대표는 “지난달 중도금을 연체한 시행사 가운데 계약금 포기를 고려하는 곳들이 내 주변에도 많다”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을 고금리를 내가면서 버티느니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중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금 기한이 도래했는데 PF 대출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약을 고려하는 회사들도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위기가 이어지면 ‘주택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2027년까지 270만가구 공급(인허가 기준)을 목표로 규제를 풀고 있지만, 현재의 공급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주택 특성상 택지 확보부터 준공까지 수년 이상 걸려, 즉각적인 공급 확대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은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집값이 단기간 급등하는 부작용을 만들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시행사들은 LH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6개월 간격으로 정해진 납입 일정을 1년 간격으로 미뤄주거나 현재 8.5%인 연체 이자를 감면해달라고 요청하는 시행사들이 많다.

사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빨리 진행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특정 지자체에서는 인허가 절차 때 LH가 발급한 토지승낙서를 요구하는데, 중도금을 밀리는 경우에는 토지승낙서를 못 받아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고, 이는 결국 PF대출을 못 받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허가 절차 만이라도 차질 없도록 LH가 토지승낙서 발급 절차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사들이 땅값을 제때 내지 못하면 LH의 재무건전성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분양받은 택지를 해약한 뒤 이미 납입한 중도금을 돌려받았다는 한 시행사 관계자는 “LH 관계자가 중도금을 돌려주면서 ‘해약이 한꺼번에 몰리는 때는 현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꺼냈다”고 전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시행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하면 공공택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서민 주거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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