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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자동차 긁힘? 2시간이면 사라집니다”…‘나노기술’에 진심인 현대차
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6개 첨단 나노 소재 기술 최초 공개
고효율 에너지 생성 기술부터 체형 맞추는 소재까지…“미래차 선도”

현대차·기아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작용 모습. 시간이 지나면서 도장의 긁힘이 사라지는 신기술이다. [현대차·기아 제공]
시간이 지나면서 도장의 긁힘이 사라지는 과정을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출근하려고 차를 보니, 범퍼 쪽에 약간의 긁힘을 발견했다. 그러나 A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직장으로 향했다. 차량에 적용된 셀프 힐링 기술로 두 시간 정도면 원래 상태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같은 꿈같은 기술은 나노 소재를 기반으로 현대차·기아가 실제 개발 중인 기술들이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이렇게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현대차·기아는 1970년대부터 소재 연구를 이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첨단 소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갖추고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동화 체제 전환과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모빌리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해법을 소재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6개 나노 소재 기술은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다. 또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 다양한 부위에 셀프 힐링 기술을 활용,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현대차·기아 제공]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셀프 힐링의 또 다른 방식인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장해 개발된 스핀오프(파생적으로 발생한) 기술이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현대차·기아는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향기를 포함한 나노 캡슐을 실내 내장재 마감에 적용해 손길이 스칠 때마다 다채로운 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완성을 위해 현대차·기아가 태양전지 기반으로 개발 중인 고효율 에너지 생성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개된 투명 태양전지는 우수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했을 때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 [현대차·기아 제공]
탠덤 태양전지 시연. 서재근 기자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이라는 성과를 거둔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1.5와트(W)급 성능을 보이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한 기술이다.

지난해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공동연구실을 출범하고 고효율의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 중인 현대차·기아는 현재 일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탠덤 태양전지. [현대차·기아 제공]
탠덤 태양전지 셀과 모듈. 서재근 기자

풍요롭고 편리한 모빌리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공개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의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로 차량의 발열시트 폼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시켜 준다.

수 나노에서 수십 나노미터 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인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기술로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탄소나노튜브의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어들고 전류량이 늘어나 해당 부위에 발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 [현대차·기아 제공]
투명 복사 냉각 필름 온도 비교. [현대차·기아 제공]

마지막으로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차량의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현대차·기아가 실제 차량에 적용해 자체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복사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량은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량보다 최대 7도가량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여름철 차량 탑승 직후 에어컨 사용량을 크게 줄여 차량 운행주기 탄소배출량을 약 0.3~0.8%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승현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 상무는 “이번에 공개된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버추얼 소재 설계 시뮬레이터를 시연하는 모습.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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