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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 렉스턴 뉴 아레나] 넓은 실내와 쾌적한 가속감…편하지만 물렁한 하체는 ‘호불호’
렉스턴 뉴 아레나. 서브네임처럼 웅장한 외관과 실내가 장점이다. [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가끔은 영리하거나 독창적일 필요가 없다.”

익숙한 디자인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사용성을 강조한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이반 체르마예프의 말이다. 디자인의 힘은 단순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는 불변이다. 과도한 변화는 거부감이 따를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면 변화가 더 조심스럽다.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보다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가성비 모델을 찾는 수요가 여전히 많은 이유다.

쌍용차의 프리미엄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렉스턴’이 KG 모빌리티의 섬세함을 품고 다시 돌아왔다. 웅장한 실내를 표현한 서브네임 ‘뉴 아레나’가 모델이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신뢰성이 높은 파워트레인과 차체는 그대로 두고 디자인 언어를 간결하게 손질했다. 전동화를 원치 않는 이들, 특히 공간이 주는 활용성과 묵직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무게감 있는 주행성능을 원하는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높은 전고(1825㎜)와 넓은 전폭(1960㎜)은 그대로다. 한 덩어리로 구성된 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풀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가장 큰 변화점이다. 야간 시야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4빔 라이팅 시스템에는 세련미를 더했다. 순차적으로 점멸되는 시퀄셜 다이내믹 LED 턴시그널에선 KG 모빌리티가 지향하는 단순미가 엿보인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4850㎜, 1960㎜다. 휠베이스는 2865㎜에 달한다. [정찬수 기자]
후면 T자형 리어램프는 범퍼와 일체감이 강조됐다. 과도한 디자인 요소가 없어 깔끔하다. [정찬수 기자]

후면은 T자형 리어램프를 감싸는 하나의 범퍼라인이 인상적이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크롬이나 과도한 디자인 요소가 없어 고급스럽다. 새로운 디자인의 20인치 휠 역시 KG 모빌리티의 가장 윗급의 성격을 보여준다. 도어를 열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전동 사이드 스텝의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실내 인테리어는 풀체인지급으로 변했다. 수평적인 디자인을 채용한 대시보드가 시각적으로 넓은 효과를 준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3인치의 플로팅 형태로 조정됐다. 얇은 송풍구와 터치식 공조장치의 일체감이 돋보인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함께 센터 디스플레이의 반응성과 조작성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7월 기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 폰 프로젝션을 지원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할 수 있지만, 제품을 출시하는 시점에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충전 및 연결성도 제한적이다. USB-C타입이 대중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차를 구매하는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더 다양한 타입의 포트가 필요해 보인다.

실내는 풀체인지급으로 바뀌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대시보드가 기능·디자인적으로 뛰어나다. [정찬수 기자]
디젤 엔진의 완성도는 정점을 찍었다. 진동과 떨림도 기대 이상이다. 실내 방음도 만족스럽다. [정찬수 기자]

파워아울렛은 센터콘솔과 2열에 독립적으로 준비했다. 선택할 수 있는 인테리어 색상과 시트 재질도 다양하다. 인조가죽부터 나파, 스웨이드 퀼팅까지 시트 사양만 총 7가지다. 적재공간은 기본 820ℓ로, 2열을 접으면 최대 1977ℓ로 확장된다. 2열 시트가 평평하게 접히진 않지만, 차박이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2단으로 조절할 수 있는 러기지 보드 역시 유용하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2.2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됐다. 변속기는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P(주차)로 이동한다. 스티어링은 랙 타입(R-EPS)을 적용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딱딱한 조향감을 제공하는 최근 신차보다 가볍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묵직한 토크가 부족한 마력을 보완한다. 특히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RPM 구간이 길다. 회전수가 부족해도 떨림이나 출력 저하는 감지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은 가속페달의 반응 속도다. 정차된 차체를 움직이거나 추월하는 과정에서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한다. 신호를 받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발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 가솔린 엔진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공조 조작부는 터치형으로 바뀌었다. 작동 여부가 색으로 표시된다. 구분감이 떨어지는 것은 흠이다. [정찬수 기자]
D컷으로 제작된 운전대는 부드럽고 가볍다. 여성 운전자에게도 알맞다. [정찬수 기자]

차체가 높은 만큼 언더스티어 성향은 강하다. 높은 속도로 코너링에 진입하면 차체는 밖으로 이탈하려 한다.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의 영향이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일반적인 국내 지형에서 충분한 편안함을 주지만,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하더라도 역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렁하고 안락한 주행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는 의미다. 서스펜션은 전륜이 더블위시본, 후륜은 어드밴스드 멀티링크를 조합했다.

이전 모델에 없던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보조 시스템은 반갑다.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도로에서 안정적으로 보조한다. 급정거나 끼어드는 차를 인식하는 속도도 빠르다. 차선이탈방지 기능은 크루즈 컨트롤을 켜면 클러스터에서 사라진다. 차로 유지 기능이 켜지기 때문이다. 차선 인식은 운전자 방향(왼쪽)이 우선이다. 긴급제동보조, 앞차 출발 알림, 전방추돌경고 등 다양한 안전사양은 기본이다.

안전성과 신뢰감은 렉스턴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경량화한 쿼드프레임 덕분이다. 590MPa급 이상 초고강도강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적용됐다는 것이 KG 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에어백도 9개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넓은 휠베이스로 2열 거주성은 넓은 편이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에도 부담이 적다. [정찬수 기자]
2열을 폴딩하면 적재공간은 1977ℓ로 확장된다. 평면적인 구성은 아니지만, 차박으로도 적절하다. [정찬수 기자]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은 5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부터 차량 관리까지 할 수 있다. 마이카 알림은 TV에 실시간으로 차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니, 팟빵 스트리밍 등도 앱을 통해 구동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사용해보니 스마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동을 켜고 온도를 맞추는 것이 체감할 수 있는 전부다. 차 안에서 네크워크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 조작이 필요하다는 점도 사용자 친화적이진 않았다.

약 300㎞를 주행한 후 측정한 연비는 ℓ당 13㎞였다. 4WD 기준 제원상 연비(복합 11.1㎞/ℓ)를 약간 웃돌았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ℓ당 20㎞라는 놀라운 숫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의 성향을 고려하면 고속과 정속주행 비중이 높은 운전자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 뉴 아레나의 가격은 4010만원(프리미엄)부터다. 운전석 메모리 시트를 포함한 하이 컴포트 패키지는 46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동승석 6웨이 전동시트와 워크인 디바이스)는 13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5213만원으로 책정된 더 블랙은 스페이스 블랙 외관에 20인치 타크 스퍼터링 휠과 전용 휠아치&도어 가니시가 적용된다. 단 인피니티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려면 62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운전석과 조수석 방향에서 공기를 흡입해 위로 뿜는 방식이다. [정찬수 기자]
플로팅 시계는 의외로 밝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운전자라면 야간에 거슬릴 수도 있겠다. [정찬수 기자]
출고 후 5년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인포콘은 기능이 제한적이지만, 유용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4분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용할 예정이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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