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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분석도 비난...매도 의견에 주주 반발 커”
증권사들 에코프로 유구무언
“높은 변동성에 평가 어려워”

에코프로 그룹주의 ‘질주’에도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발언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이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비관적 전망을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일부 강성 주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으로 2차전지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을 묻자, 에코프로 그룹주가 ‘밈(Meme) 주식’화 됐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최근 포스코 그룹주와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주가 급등한 점도 밈 주식화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믿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은 과거부터 반복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과거도·지금도 ‘비싸다’...“전례 없는 급등”=24일 2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2030년까지의 성장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 의견 ‘비중축소’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3만8000원이었는데, 지난 21일 종가 기준 주가는 36만원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성을 인정하더라도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오름세가 과도하단 지적 또한 나온다.

A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양극재 사업의 매력도로 볼 때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사 에코프로의 실적은 대부분 에코프로비엠을 따라가고, 에코프로비엠이 이미 상장돼 있어 가치가 이중으로 반영되고 있다. 지주사 가치가 이렇게 인정받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B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지만, 지금은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밸류에이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고, 과거에도 없었던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C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에 맞춰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에코프로 광풍이 옮겨붙은 포스코 그룹주는 실적이 있으니 나쁘게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밈주식화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 실적에 근거한 분석과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기술이 등장하며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D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5년 뒤, 10년 뒤 실적을 기대하며 주가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먼 미래의 실적을 합리적으로 내다보긴 어렵다”며 “믿음으로 투자하는 사람과 기업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투자자는 다른 층위에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높은 변동성에 분석 불가능...강성 주주에 리서치 위축”=특히, 에코프로에 대한 보고서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발간된 에코프로 보고서는 단 5건에 그친다. 애널리스트 및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평가의 난이도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 주주들이 애널리스트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을 쏟아내는 점도 리서치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A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에 비하면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리포트를 많이 내지 못했다”며 “주가 상승률이 가팔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분석하기도 쉽지 않고, 어떤 분석을 내더라도 비난이 이어지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E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해당 주식을 사라고 주장하는 사람(Sell Side)인데 주가가 급등하면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주식을 팔기 위해 분석할 유인도 적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냈을 때 주주들의 반발이 큰 것도 영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리서치 위축에 따른 피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재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최근 3개월간 삼성증권, 하나증권 외에 증권사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으면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에도 단 두 곳의 추정치만 반영됐다. 에코프로의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에 못 미치자, 컨센서스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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