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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의무휴업 폐지’ 바람에도…평일휴업 도입 계획 지자체 ‘0’ [언박싱]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현실은… ①

2012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11년 동안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유통생태계가 변화했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지난해 8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국무조정실 규제심판회의 안건으로 선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나 했지만 이후 1년간 사실상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킬러 규제’로 꼽으며 재차 메스를 들었다. 이번에는 의무휴업제도가 어떤 운명을 맞을지 주목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신주희 기자]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힌 탓에 관련 논의는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옮길 계획이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들이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상황에서 업계는 정부·국회 그리고 내년 총선만을 바라보고 있다.

‘월 2회 휴업일’ 지자체 중 절반, 모두 주말…4분의 1만 이틀 다 평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기 위해 상점에 오가고 있다. [연합]

2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 현황 및 계획’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과 기초단체가 없는 세종, 제주 관할 행정시인 제주·서귀포시 등 총 229곳 중 월 이틀의 의무휴업을 모두 주말로 지정한 곳은 114곳(49.8%)이었다.

지역에 대형마트가 없는 등을 이유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지 않은 59곳을 제외하면(170곳), 10곳 중 6~7곳(67.1%)이 주말 의무휴업을 운영 중인 셈이다. 이를 제외한 56곳은 이틀을 모두 평일로 지정했거나 하루만 주말로 지정한 곳들이다. 41곳(24.1%)은 이틀을 모두 월요일 또는 수요일, 평일로 지정했고, 15곳(8.8%)은 하루는 주말, 하루는 평일 또는 특정 날짜로 의무휴업일을 분산해 운영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을 월 2회 공휴일 중 지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지자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별 의무휴업 지정 현황(의무휴업 미지정 기초단체 제외)을 보면 대체로 지역의 정치색과 맞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인천·광주·대전·전북·전남은 산하 기초단체들이 주말 의무휴업을 운영 중인 상황이다. 반면 대구는 최근 편입된 군위군을 제외(대형마트 없음)한 모든 기초단체가 평일 의무휴업을 도입했다.

나머지 광역단체의 경우 산하 기초단체 중 주말 의무휴업 비중은 ▷울산 25%(4곳 중 1곳) ▷경기 43.3%(30곳 중 13곳) ▷강원 38.9%(18곳 중 7곳) ▷충북 50%(6곳 중 3곳) ▷충남 40%(10곳 중 4곳) ▷경북 16.7%(12곳 중 2곳) ▷경남 91.7%(12곳 중 11곳) 등이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주말과 평일을 번갈아 쉬고, 세종은 주말 의무휴업을 운영 중이다.

‘주말휴업’ 지자체 114곳에 ‘평일변경 계획 있나’ 물었더니…
지난해 8월 1일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관문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주말 휴업제도를 운용 중인 지자체 114곳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계획이 있다’고 답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의무휴업일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눈치만 보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서울 자치구들이 제출한 답변들에서 묻어났다. 서울 여러 자치구는 ‘변경 계획은 없다’면서도 조건부로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사 간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많았다. 성북구는 “시장상인회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지속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강서구는 “전통시장 상인회 등의 주도로 비상대책위원회 결성과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극심한 갈등이 예상되고 대형마트 종사자의 공휴일 휴무보장 문제 등도 고려돼야 한다”며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특히 시(市) 차원에서 방침을 내리거나 다른 자치구가 추진할 경우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결정을 떠넘기는 자치구도 있었다. 광진구는 “이해당사자 의견수렴과 대·중소 유통기업 간 상생안을 도출한 뒤 다른 자치구 추진 현황과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했고, 은평구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공통 의견 도출 시 전통시장 및 중소유통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변경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천구는 “서울시 방침 또는 다른 자치구 변경 지정 여부 추이를 지켜본 후 전통시장, 대형마트 등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합의를 거쳐 변경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종로구도 “타 자치구의 일괄적 변경 사항이 있다면 의무휴업일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조건부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시도 의무휴업 전환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상황이 달라 일괄적으로 제도를 바꾸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자체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서울의 평일 의무휴업 전환은 한동안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 폐지 분위기가 형성된 지 벌써 1년이 돼 가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아직 그렇다 할 변화가 있지는 않다”며 “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법령을 정비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내년 총선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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