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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진짜 1등” 삼성 vs. SK ‘기싸움’…반도체 기업들이 요즘 목숨 건 ‘제품’ [김민지의 칩만사!]
컨콜서 수십번 언급된 HBM
삼성-SK 자존심 건 1등 선점
美 마이크론까지 합세 삼파전 예상
경쟁 심화 가시화…최종 승자는?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 26일과 27일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 각각 있었습니다. 이틀 내내 컨콜을 듣다보니, 가장 많이 들리는 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삼성과 SK 모두 자신의 HBM이 ‘업계 최고’라며 은근한 기싸움을 했습니다. 실제로 전세계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둘이 합쳐 총 90%입니다. 수요 폭발이 전망되는 시장을 두 회사가 꽉 잡고 있으니, 더욱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HBM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미국 마이크론까지 뛰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진짜 HBM 1등은 도대체 누구며, 앞으로 누가 주도권을 잡게 될까요? 오늘 칩만사는 ‘뜨거운 감자’인 HBM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삼성·SK, “내가 1등이야”…컨콜서 수십번 언급하며 ‘기싸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로 자신들이 HBM 시장의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이번 2분기 컨콜은 양사 간 HBM를 둘러싼 ‘맞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HBM이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에 탑재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GPU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의 HBM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AI 서비스 활성화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시설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콜에서 “고객들 피드백을 보면 타임 투 마켓(빠른 시장 대응 능력) 관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필드 품질을 종합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당사는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 기간 동안 경험과 기술경쟁력을 축적해 왔고, 시장을 계속해서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이 HBM 시장의 ‘원조’이자 최고라는 주장이죠.

바로 다음날,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이라는 표현을 컨콜에서 여러번 썼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사는 HBM 시장의 선두업체로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도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그 다음 세대인 HBM3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과 협의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HBM 시장 내 메이저 공급업체로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업계 최고 HBM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 기가비트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2024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보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도 SK하이닉스가 아닌 삼성전자가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경 사장은 이달 초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된 위톡에서 “삼성의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차세대 HBM 제품[삼성저자 제공]

로드맵 상으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빠릅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도 5세대 제품에 해당하는 HBM3P를 24GB 기반으로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입니다. 출시는 제품 공개와 같은 것이어서 양산의 전단계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라고 봤습니다. 올해의 경우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등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이크론, “HBM3 업계 최고 속도 구현”…본격 등판

HBM3 [마이크론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자사의 HBM3 제품이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마이크론의 8단 24GB HBM3 Gen2는 기존 제품 대비 최대 50% 개선된 초당 1.2TB(테라바이트) 이상의 속도를 달성했으며, 전력대 성능비도 2.5배 이상 개선됐다고 합니다.

마이크론은 이번 8단 24GB HBM3 Gen2 제품을 사용하면, 대규모 언어 모델의 훈련 시간을 3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약 1000만개의 GPU가 설치된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HBM 큐브당 5W의 전력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는 5년간 최대 5억 5000만 달러(한화 약 7050억원)의 운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4년 1분기에 12단의 36GB 모델 샘플링을 시작할 것이며, 2026년 이후 차세대 HBM 메모리는 최대 64GB 용량에 초당 2TB 이상의 대역폭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24GB HBM3 [SK하이닉스 제공]

이번에 마이크론 발표가 관심을 모은 건, HBM3 제품이 현재 SK하이닉스가 독점 양산하고 있는 4세대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은 전체 HBM 시장에서 약 10% 내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샘플 단계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고 최고 속도의 HBM3을 만드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부터 HBM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유일하게 HBM3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챗GPT에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GPU에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쟁사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이크론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올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을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HBM을 둘러싼 반도체 기업들의 각축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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