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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에 한달 새 11조 뭉칫돈…“수익보다 안전 택했다”[머니뭐니]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 ATM기기들이 설치돼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다시금 은행 정기예금의 인기가 높아지며, 주요 시중은행에 몰린 정기예금 잔액이 연중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서며 자금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1금융권으로의 자금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수익성’을 뒤로 하고 1금융권을 선택한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지난달 발생한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안전성’을 추구하는 고객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매력도는 떨어졌는데…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연중 최고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32조9800억원으로 전월(822조2700억원)과 비교해 10조71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말 827조원까지 늘어났던 정기예금 잔액은 올 3월 805조원까지 지속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네 달간 상승 추이를 유지하며 이달 연중 최고치인 830조원대에 진입했다.

실제 지난해 최대 5%를 넘어섰던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올 들어 3%대까지 하락했다. 시장금리 안정화로 조달 물꼬가 트인 영향이다. 이와 동시에 ‘기준금리 정점론’이 부각되며 채권시장 및 증시로 자금이 이동했다. 하지만 4월 중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벌어지며 다시금 ‘안전자산’ 예적금으로의 자금 흐름이 시작됐다. 같은 기간 은행권 예금금리의 매력도도 높아졌다. 조달비용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하한 영향이다.

서울 한 저축은행 입구 모습.[연합]

주목할 점은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다시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5대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줄어든 수신자금을 회복하고자 하는 저축은행들은 최근 4%대로 예금금리를 상향하며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에서는 5%대 특판 예금도 내놓은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3%대로 떨어졌던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1년 만기)는 지난달 다시금 4%대로 반등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인상세가 꺾였다. 한때 치솟았던 은행채 금리가 횡보세를 보이면서다. 실제 6월말 기준 3.76%까지 치솟았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7월말 기준 3.71%로 한 달 새 0.05%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증가폭은 7월 10조7000억원으로 전월(4조60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계속되는 금융 불안에…‘안정성’ 추구하는 수요 늘어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연합]

지난해 나타난 ‘역(逆)머니무브’ 현상과 같이 투자할 곳을 마땅치 않아 벌어진 현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현재 증시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기준 58조199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전날(1일) 기준 연중 최고치(2667.07)로 장을 마무리했다. 최근 2차 전지 관련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영향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여타 금융권으로 몰릴 수신 수요가 1금융권에 집중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특히 지난달 새마을금고에서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며, 안전성이 보장된 1금융권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초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퍼진 직후 일주일간 5대 은행에는 약 12조9000억원의 수신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폭(4조80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SVB사태에서부터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큰 규모의 금융 불안 현상이 발생하며, 1%포인트(p) 남짓한 추가 금리보다는 확실한 안전성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경기가 예고되고 금융권 부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만큼, 안전 선호 현상이 쉽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예금과 함께 주요 은행 적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7월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약 41조2000억원으로 전월(40조원)과 비교해 1조2000억원가량 상승해,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 정기적금에는 올해만 약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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