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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기술사 턱없이 부족 “터질 게 터졌다”
무량판사태 설계누락 원인 주목
구조기술사무소, 건축사무소 4%
인력부족, 안전진단 취약성 높여
3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건설 공사 설계·감리 개선 방안에 착수한 가운데 설계 누락의 본상으로 지목된 건축업계는 건설공사 자체의 구조적 본질을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턱없이 적은 구조기술사의 숫자가 점차 중요해지는 구조안전진단의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건축사무소들은 건축구조기술사들의 인력이 부족해 구조안전 진단의 정확성은 물론, 구조안전 진단을 받는 것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건물 구조 안전 등의 기준은 강화되고 있지만, 인력이 적은 상황에서 구조기술사의 허가를 의무화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설계의 정확도는 물론이고,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LH의 무량판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설계와 시공, 감리 모두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 설계 부문의 문제점에는 이같은 구조기술사의 인력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건축사사무소는 순수 설계도면을 만들고, 여러 전문 인력들에게서 각 분야 설계도면을 받은 뒤 이를 첨부해 시공사에 넘긴다. 구조도면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설비도면은 설비기술사가, 전기도면은 전기기술사가 만드는 식인데, 구조설계 자체가 허술할 경우 건축사들도 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구조기술사는 건축사에 비해 인력이 극히 미미하다.

전 건축사협회 관계자 A씨는 “지난해 기준 건축사무소는 1만6000여개소인데 반해, 구조기술사무소는 건축사무소의 4%인 613개소에 그쳤다”며 “올해 건축구조기술사 필기 합격자는 2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건축구조기술사의 업무 특성상 공학적인 측면이 강조되기에 단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인력이 급작스럽게 많아지면 전문성이 떨어져 건물의 구조 안전이 오히려 위협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건축구조기술사인 안형준 건국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건축구조기술사를 늘리기엔 한계점이 명확하다. 전문성이 위협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리 회사도 건물 구조 안전을 알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현직 건축구조기술사 B씨는 수학과 공학을 다루는 직업 특성 상 건축구조기술사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용역비도 건축사에 비해 적으며 건축구조기술사 인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B씨는 “건설안전 관련 책임자 편성에 건축구조기술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구조 도면 작성도 건축구조기술사가 아닌 건축사가 한다”며 “구조 도면이 잘못됐더라도 구조기술사가 나설 수 없다. 현장에서 구조 기술 없이 설계도서대로 공사하면 (이번 무량판 사태처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안전 기술자와 설계자들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주들의 잦은 설계 변경 요구 등과 시공사들의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등 요구사항이 맞물리는 건설공사 현장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이에 최근 무량판 사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그간 이뤄지던 밸류 엔지니어링(VE)의 문제가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밸류 엔지니어링이란 최소 비용으로 최대 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미인데, 경제성에 치중돼 공사 과정에서 영역이 분리돼 상호 점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중식 머지건축사무소 대표는 “건설 과정 중에 설계 도면을 보고 경제성을 따지며 철근이 과도하게 배치 됐다며 빼는 경우가 있다. 법규 상으론 문제가 없다”며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시공사 요구대로 건축사가 설계한 철근을 비용 절감 목적에도 빼도 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B씨는 “현장에선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으면 책임 추궁을 받으니 도면대로만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구조기술사들이 다시 구조에 대해 점검해야 하는데 체계 상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LH를 비롯한 공공기업에서도 경제성 논리에만 당착했다”며 “3.3㎡당 공사비만 8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되는데 이와 동떨어진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에게만 일감을 주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평했다. 이준태 기자

Lets_win@heraldcorp.com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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