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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년 떼루아 비결은…” ‘칠레 와인 명가’가 한국에 집중하는 이유 [푸드360]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의 칠레 와인 이야기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이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르몽뒤뱅에서 칠레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와인의 맛을 넘어 그 포도를 만든 바람, 토양, 물과 같은 떼루아(Terroir·와인 재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한국인에게 칠레 안데스산맥의 바람과 해빙수로 만든 저희만의 떼루아를 전하러 왔습니다.”

에라주리즈의 채드윅 회장이 말하는 ‘칠레 떼루아’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르몽뒤뱅에서 취재진과 만난 칠레 와인 회사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1870년 창립자인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포도밭을 일군 후 150여 년 가까이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인 에라주리즈의 5대손이다. 이 가문은 칠레 10대 와인 회사이자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가이기도 하다. 채드윅 회장은 최근 수입사 아영FBC 초청으로 방한했다.

‘에라주리즈 맥스’를 생산하는 포도원 [아영FBC 제공]
에라주리즈의 포도가 생산되는 칠레 아콩카구아 코스타 밸리 [아영FBC 제공]

칠레는 프랑스 보르도, 미국 나파밸리, 스페인 리오하,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과 함께 손꼽히는 세계 와인 생산지 중 한 곳이다. 칠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파블로 네루다가 와인을 소재로 한 시(詩)를 쓸 만큼 포도에 대한 자부심이 큰 곳이다.

칠레 와인, 한국시장 점유율 20%…“이젠 고급으로”

한국은 코로나19를 지나며 급성장한 2조원대 규모의 와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칠레 와인은 수입량 기준 20%대로 가장 점유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데일리 와인’으로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물량 순위별로는 칠레산 와인 점유율이 가장 높다. [수입와인시장 통계 홈페이지 캡처]

최근 한국에서는 와인 시장이 고급화되는 추세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포도주·HS코드 2204) 수입량은 7만6575t에서 7만1020t으로 8% 가까이 줄었지만 오히려 수입액은 지난해 5억8127만달러로 전년 대비(5만5980만달러) 3.83% 증가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 [아영FBC 제공]

에라주리즈가 대중 와인을 넘어 고급 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국에게 전하려는 맥락도 여기에 있다. 에라주리즈는 산티아고 부근의 마이포 밸리와 더불어 칠레 심장부의 아콩카구아 밸리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아콩카구아 밸리와 마이포 밸리는 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과 더불어 강수량이 높은 겨울을 가지는 곳이다. 일교차가 크고 온도가 불안정한 기후 조건 때문에 포도의 생장 기간이 길고 진한 향과 농익은 타닌과 깊은 색조를 만들어 내는 게 특징이다.

에라주리즈의 와인 ‘돈 막시미아노’ [아영FBC 제공]
“블라인드 테이스팅 직접 열어 우수성 입증”

채드윅 회장은 과거 낮은 생산비를 바탕으로 한 칠레 벌크 와인을 넘어 칠레 고급 와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2004년 세계적인 와인 16종을 블라인드 평가하는 ‘베를린 테이스팅(Berlin Tasting)’을 기획하게 된다. 당시 칠레 에라주리즈의 ‘2000 비네도 채드윅’은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을 누르고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계의 와인 전문가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은 칠레 와인 역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13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12가지 와인 중 칠레 에라주리즈의 ‘돈 막시미아노 2009 빈티지’가 1위로 뽑히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인 스티븐 스퍼리어는 베를린 테이스팅에 대해 “10년이 지나도 한결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칠려 와인의 저력이 이 행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와인 ‘비네도 채드윅’ [아영FBC 제공]

채드윅 회장이 에라주리즈 와인 중 가장 애정하는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칠레 와인 중 최초로 100점을 받은 ‘비네도 채드윅 2014’ 제품이다. 한 해 8000병에서 1만병 내로 생산되는 ‘비네도 채드윅’은 채드윅 회장의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과거 가문이 소유한 폴로 경기장을 포도밭으로 바꿔 1992년 경작을 시작한 그다음 해 채드윅 회장의 아버지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칠레 마이포 밸리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100%인 와인이면서 ‘에라주리즈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에라주리즈의 와이너리 셀러 [아영FBC 제공]

채드윅 회장은 세계 와인 시장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채드윅 회장은 “1990년대 세계 와인시장은 미국 중산층이 주 소비층이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달고 리치한 고알코올 와인에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며 “이제는 소비층이 훨씬 더욱 넓고 오히려 각 와인의 다양성과 개성이 주목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와인 중심, 미국서 아시아로…떼루아 독특함에 주목해 주길”

채드윅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이 개인의 취향과 생산지의 스토리에 주목한 와인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화권 시장은 지역 술이 좀 더 우세하다고 보는데 한국의 경우 고급 와인 시장이 크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떼루아의 독특함과 저희 와이너리에서 난 특별한 피네스(Finesse, 균형 잡힌 와인)에 주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에라주리즈(Errazuris)

에라주리즈는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가 창립한 칠레 10대 와인회사다. 145년 동안 칠레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유서 깊은 ‘와인 명가’이기도 하다.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해낸 에라주리즈 가문에게는 ‘칠레의 케네디가(家)’라는 수식어도 따라 다닌다. 에라주리즈는 재배부터 와인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에스테이트 가족 와이너리로, 전통을 고수한 고급 칠레 와인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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