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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해연금'이라는데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 80만명 돌파…왜?[김용훈의 먹고사니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재작년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 퇴직한 A씨는 만 61세가 된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받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령나이는 만 63세로 2년후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기수령을 하기로 한 것이다. 조기수령에 따른 손해도 있지만, 국민연금으로 인해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연금을 조기수령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5만5302명이 조기수령을 택했는데, 올 들어 1월 76만4281명에서 2월 77만7954명, 3월 79만371명으로 매달 늘어나더니 4월에는 80만413명으로 8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조기 수령 제도가 도입된 1999년 후 최대 규모입니다. 국민연금은 수급개시 법정연령보다 최대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수급액이 연 6%씩(월 0.5%씩) 감액되기 때문에 ‘손해연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만약 5년 먼저 받는다면 최대 30%를 적게 받는 셈입니다.

조기 수령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당장은 올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진 탓이 큽니다. 지난해 기준대로라면 올해 62세인 사람은 당장 올해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금 수급 시기가 1년 뒤로 밀리면서 그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이들 가운데 조기 신청자가 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급 연령이 늦춰진 2013년과 2018년 조기 연금 신청자는 전년 대비 각각 5912명(7.5%), 6875명(18.6%) 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과 달리 은퇴 후 연금 수령 때까지 소득 공백기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현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원칙적으로 63세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아집니다. 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최대한인 정년을 채우더라도 개개인에 따라 최소 3년 내지난 최대 5년의 소득 공백기가 발생합니다. 이런 이유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기 연금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은퇴자가 가족의 직장 피부양자로 등재될 경우 연금소득·금융소득·사업소득 등 보수 외 소득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보험료를 아예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부터 보수 외 소득 기준이 종전 연 3400만원(월 283만원)에서 2000만원(월 167만원)으로 강화됐습니다. 은퇴자 입장에선 연금을 미리 받아 월 167만원 이하로 낮추는 게 이득이죠.

다만 건보료 납부를 피하기 위해 조기 연금을 신청하는 건 길게 보면 손해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사적연금과 달리 수령액이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연금 지급액이 높아져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조기 연금을 받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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