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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SR 무풍지대’ 전세대출 3년 새 50조 급증
상승 속도 주택담보대출의 6배
“DSR 제한, 과잉대출 억제해야”
당국 “과한 규제 어려워 고민중”

최근 3년 새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규모가 5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6배 이상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예외 적용을 받아 왔던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제한을 둬, 과잉대출에 따른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세제도의 ‘주거사다리’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주담대와 같은 DSR 규제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세대출 상승 속도는 주담대의 6배↑...“DSR 예외 전세대출은 ‘편법’”=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9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9년 말(83조1000억원)과 비교해 58%(48.8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담대(전세대출 제외) 잔액은 9.2%(32.8조원) 증가해, 전세대출 상승 속도가 주담대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가계대출 상승세를 전세대출이 주도한 셈이다.

이같은 추이는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이 가팔라진 반면, 낮은 대출금리가 제공되며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 따라서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전세사기 확산 등의 영향을 받아 전세 잔액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2019년 말 주담대 대비 23%에 불과하던 주요 은행의 전세대출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31%로 불어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대출 급증 문제의 시야를 전세대출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DSR 회피 수단으로 지적된 50년 만기 주담대와 함께 DSR 예외 적용을 받는 특례보금자리론 등에 대한 관리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다. 그러나 DSR 예외 적용을 받으면서도, 증가 속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관리 방안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을 제외하더라도 가계부채 위험이 큰 상황에 전세대출만 DSR을 비껴가는 방안은 편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주택시장에서의 전세의 의미와 역할’ 세미나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 연체율 증가, 역전세, 깡통전세 등은 모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과 관련 있다”며 “주택시장이 연착륙한 이후 전세금을 DSR에 포함해 과잉 대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DSR 적용’ 주장 계속되지만...‘주거사다리’ 훼손 우려도=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꾸준히 논의된 문제다. 과다한 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며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을 비춰 볼 때 목적에 따라 DSR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역전세’ 사태가 불거진 이후 가계부채 확산의 요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4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신규취급액은 5353억원으로 봄 이사철인 3월(5655억원), 4월(5059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DSR 규제가 완화된 이후 수요는 더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역전세 대란을 막기 위해 1년간 기존 DSR 40% 적용하는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 시중은행에서는 이달 들어 약 보름 만에 지난달 취급분의 70%에 달하는 금액이 새로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가 해소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대해 DSR을 적용하면 ‘내 집 마련’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전세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택마련 자금을 마련하는 순서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 문제가 심각해진 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에서 섣불리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빠르게 늘어난 전세대출에 대한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전세대출이 일정 부분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가 짧고, 소득으로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특성상 주담대와 같이 DSR을 적용한다 해도 더 심도 있는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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