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 합해 42조원
예탁금 대비 빚투 비중…3개 분기 연속 7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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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증시 주변 자금인 예탁금 규모가 줄어든 와중에도 여전히 '빚투'는 줄지 않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신용거래융자,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예탁증권담보융자(주식담보대출)의 합산비중이 어느새 고객 예탁금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었던 2020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주식 투자에 있어서 레버리지 활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의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헤럴드경제가 2020년 이후 개인 투자자의 증권사를 통한 ‘빚투’ 추이를 살펴본 결과,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 비중은 22일 현재 81.9%로 집계됐다. 올 연초 69.3%에서 12.6%포인트나 늘어났다. 현재까지 반영한 올 3분기는 78.6%로 2020년 1분기(86.5%) 이후 14분기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자금으로 유동성으로 통한다. 여기에 ‘빚투’를 비교하면 무리한 투자가 성행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빚투 열풍은 최근 5년 내 높은 편에 속한다.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 비중을 분기별로 살펴봐도, 3개 분기 연속으로 70% 이상을 웃돈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1분기(76.8%), 2분기(78.2%), 3분기(78.6%) 순으로 증가세다. 연초 대비 예탁금은 1조원(9173억원)도 안 되게 늘었지만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 합산액은 7조1354억원이나 불어난 상태다.
코로나 팬데믹 때와 비교해도 빚투 열풍이 뚜렷하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었던 2020년 1분기에 80%대를 넘겼지만 이 당시 예탁금은 지금보다 20조원이 적은 30조원 수준이라 레버리지 비중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해 예탁금이 본격적으로 50조원을 넘어선 3분기(64.3%)와 4분기(61.1%)를 살펴봐도 70%를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공모주 열풍이 거셌던 2021년 역시 1분기 59.5%에서 4분기 65.2%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신용거래융자만 떼놓고 봐도 과열 우려가 크다. 통상 시장에선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비중이 40%를 넘기면 과열 조짐으로 판단하는데, 올해 초 32.2%에서 38.7%(22일 기준)까지 오른 상태다. 2020년 이후 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2022년 1월(고점 43.19%), 2021년 9월 (41.73%), 2021년 4월(39.84%), 2021년 9월(38.72%) 순으로 비중이 컸다. 일각에선 코로나 팬데믹 이전 3년 평균치인 38%와도 큰 차이가 없어 반대매매 공포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 나타나는 빚투는 이전과 달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많다. 8월 국내 증시는 약세장을 나타내며 예탁금과 거래대금 모두 감소세인데 빚투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증시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빚'에 의존하는 투자금은 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코스피는 24일 2537.68으로 마감해 한 달도 안 걸려 94.9포인트(3.60%) 내렸다. 이 기간 예탁금과 거래대금은 각각 4조4730억원, 5조2631억원이 줄어든 반면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 합계는 1500억원 가량이 늘었다. 이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유동성인 예탁금이 없는 상황에선 반대매매가 벌어진다면 여파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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