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만 영업이익의 절반 지출
기업 결합 후엔 대한항공이 감당
회계법인에 자금 안정화 방안 컨설팅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3년 가까이 결실을 내지 못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리스부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합병 시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한편 불발 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뇌관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6일 아시아나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리스부채 총액은 4조337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이 1년 이내 같아야 하는 리스 부채는 최소 5964억원이다.
이자비 부담도 크다. 올 상반기에만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1115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영업이익(2014억원)의 절반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는 또한 당기순손실 601억원을 기록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리스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항공기들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78대 중 운용리스로 51대(65%)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리스는 초기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매달 임차료를 내면서 항공기를 빌려쓰고 만기 때 반납하는 방식이다. 이 운용리스는 리스부채로 인식된다. 리스계약에는 리스부채 이외 채무에서 기한이익상실(EOD)가 발생하는 경우 리스채권자가 EOD를 선언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특히 회사의 신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리스비중이 높은 점은 부담이다. 리스를 연장 계약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 저하로 인해 리스요율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투기등급만 피한 신용등급 BBB-를 유지하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자본시장에서 신용도가 소멸된 상태다.
리스 기간이 긴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리스부채 중 만기까지 1년 이상 남은 중장기 리스부채 규모는 3조7414억원이다. 통상 항공기 리스는 계약기간 내 요율 조정이 불가하기 때문에 이는 향후 통합 시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리스 항공기 사용 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리스부채에서의 부담 가중을 이유로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실제 리스 기간 만료를 앞둔 항공기의 반납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차입금 총 7000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채권단의 의도란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리스부채를 경감시키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합병을 위한 경쟁당국 심사과정에서 다량의 슬롯을 포기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리스부담도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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