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이번 주 지지부진한 증시 속에서 과학 관련 테마주만큼은 뜨거웠습니다. 초전도체로 시작된 과학 테마주는 맥신, 양자컴퓨터 등으로 번지면서 ‘과학의 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 테마주들이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간 가운데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도 칼을 뽑았습니다. 증권업계에 위험관리 강화를 요청했고 거래소는 테마주와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없는지 적극 살피겠다는 입장입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테마주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2519.14, 코스닥 지수는 877.32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두 지수 모두 지난주 대비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와 중국 부동산 위험의 영향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진행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주 증시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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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
이번 주에도 테마주는 재료를 달리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 테마가 난립하면서 해당 종목들은 상한가와 하한가를 빠르게 오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초전도체 테마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마침 해당 시점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맥신 표면 분자 분석기술을 개발해 맥신의 대량 생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맥신 테마주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맥신은 높은 전기 전도도와 우수한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춰 주목받는 미래 신소재입니다.
이번주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상온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소자를 찾았다고 알리면서 관련 테마주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문제에 대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이상 빠르게 풀 수 있어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빈다. 대신 극저온 환경을 유지해야만 고유 특성인 ‘양자 얽힘’을 구현할 수 있단 한계가 있는데,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도 대규모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할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테마주들은 서로 상한가와 하한가를 주고받으며 난립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엔 맥신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반면, 초전도체 테마주는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수요일엔 초전도체가 상한가, 맥신이 하한가를 보이며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고 목요일과 금요일엔 양자컴퓨터 테마주가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최근의 테마주 열풍은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조정장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
테마주 난립에 증권사와 금융당국, 거래소, 금투협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증권사의 신용융자 공급이 적정한지 모니터링하고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와 금투협은 금요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증권업계에 위험관리 강화를 요청하고 테마주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테마주 열풍과 함께 빚투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주 20조6000억원으로 연고점을 돌파했고, 수요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20조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금투협과 거래소는 "신용융자는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주가 상승기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테마주의 경우 투기성 자금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큰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증권사는 휴비스, 센코, 경동인베스트, 태경산업, 비츠로테크 등 관련 테마주에 대해 신용거래 및 담보대출을 를 중단하거나 위탁증거금률을 높이면서 금융당국의 조치에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