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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관리, 이젠 ‘이자’의 시대 [홍길용의 머니스토리]

미국은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양적 완화로 극복한다. 달러를 풀어 자산 가격을 부양하는 접근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은 고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를 부양한다. ‘G2’ 경제는 그렇게 한동안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2021년 이후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금리가 크게 올랐고, 미-중 대결로 세계화된 경제구조가 해체되고 있다.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시대와 40년 동안 이어진 세계화 시대가 함께 막을 내리면서 이 둘에 기대 성장을 이어온 우리 경제도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가져온 새로운 경제 환경, 고금리와 저효율의 숙제다.

자산관리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효율을 갉아먹는 이자비용은 관리하고, 자산가치를 지키는 이자수익은 적극 추구하는 ‘이자’의 시대다.

미국은 인플레, 중국은 디플레

금융시장은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 수장들의 모임인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한 발언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연준이 이제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란 풀이다. 하지만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대로 유지했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자료를 보면 향후 5년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 수준은 2~2.5% 범위다. 기대는 현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미국 경제가 이른 시일 내에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준의 통화 정책 긴축에도 재정지출을 계속 늘려온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계속 추진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국채 발행 확대 방침까지 밝혔다. 연 5%대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연이어 초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 사태’ 수습을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냉랭한 반응이다. 당장 드러난 숙제는 비구이위안 사태와 이와 연결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부실의 해결이지만 근본문제는 디플레이션이다. 디플레이션은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다. 생산과 투자의 거품을 해소해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되살리는 것이 해결책이다.

미-중 대결로 중국 제품의 글로벌 수요는 위축되는 추세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장기 집권을 위해 강한 중국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중(對中) 강경책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가 계속되는 한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벌기는 어렵다. 돈벌이가 나아지지 않으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중국 정부로서는 통화량을 늘려 부실을 흡수하는 게 현재는 유일한 방법이다. 위안화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금리, 원화 약세...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

미국의 고금리는 달러 강세, 즉 원화 약세다. 위안화 약세는 이를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고유가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해마다 계속되는 기상 이변으로 식량 공급 차질이 잦아지고 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급감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늘고 있지만 중국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인 유로존과 신흥국도 경기가 시원치 않다. 이 지역들 역시 우리의 주요한 수출시장이다. 유망 산업인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주요 미래 투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을 반영한다. 당분간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인플레와 중국이 디플레와 싸운다면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직면해야 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동안 이자율이 1~2%대인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기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금리 인하보다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둘 때”라며 “저금리를 예상해 돈을 빌려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우리 경제는 더 차가워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2년 말 기준 105.5%로,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국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135.3%로 높아져, 주요국 1위가 된다. 경기와 금리에 민감한 자영업자 대출이 1034조원이나 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고금리가 계속되면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는 더욱 커질 게 뻔하다.

채권의 시대...만기 짧고 수익률 높은 단기물 집중을

채무자는 이자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용을 얻어야 수익(yield)을 얻게 된다. 이자는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게 정상이고, 투자로 인한 기대수익은 이자율보다 높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된 이유는 낮은 물가다. 금리가 낮을 때는 예금으로 목돈을 모으기보다는 대출받아 유망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고물가·고금리 시대다. 높아진 비용을 감당하려면 효율도 높아져야 한다. 차입비용이 2%면 4%의 수익만 나도 2%가 이익이다. 차입비용이 5%로 높아지면 4% 수익을 내도 적자다. 수익을 높이려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낙관적 기대는 금물이다.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투자를 한정해야 한다.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을 막을 정도면 충분하다. 채권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가 실질금리(real yields)다. 실질금리가 커질수록 원금 손실 위험 없이 돈의 실질가치를 불릴 수 있어 채권투자 매력이 커진다. 최근 미국 실질금리가 2%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1.3%포인트 이상 웃돌고 있다.

채권투자 접근은 두 가지가 가능하다. 하나는 수익률, 하나는 시세차익이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만기 전에는 금리 변화에 따라 시장 가격이 달라진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다. 금리가 오르면 하락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오른다. 수익률을 노린다면 가격 변동 위험이 적어야 한다. 만기가 짧아야 한다.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 즉 금리 하락 확률이 높아야 한다. 최근의 상황은 시세차익보다는 수익률에 초점을 둘 때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정지출 확대 또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장기 채권 발행을 늘릴 유인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발행이 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한다. 금리 상승 요인이다. 장기 채권 투자는 장기 금리가 하락할 전망이 우세해진 후에 고려할 만하다.

혁신에 집중, 비효율은 제거...현금도 고금리 수익원

혁신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혁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 환경에 따라 혁신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달라야 한다. 금리가 낮으면 당장 실적이 부진해도 성장 기대가 높다면 유망할 수도 있다. 자본 조달비용이 쌀수록 투자 회수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해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금리로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었다. 지금은 금리가 높아져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선택이 바람직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높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 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미국의 ‘빅테크’다. 다만 미국에 투자할 때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달러 강세에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만하다.

투자에서 간과되는 기술이 비중 축소와 현금 보유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우리 기업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 관련 수요가 줄면 그에 따라 우리 관련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중국에서 축소해야 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중국 충칭 공장을 매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관련 비중이 큰데 이를 대체할 다른 시장이 제한적이라면 과잉 해소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금리는 기업 실적을 둔화시키고 증시에서의 가격 수준(valuation)을 낮추게 된다. 증시 전체로 주당순이익(EPS) 개선이 더디고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multiple)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증시가 충분히 낮아졌을 때 싼값에 주식 비중을 늘리려면 현금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금 비중이 늘어도 이자율이 높아 단기 채권에 넣으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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