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약세·국채금리 상승 부담
국내 증시 외국인 ‘컴백’ 지연 우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증시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전날에 이어 6일에도 하락했다. [AP] |
국제 원유 가격 급등에 강한 경기 지표까지 더해지면서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 한 번 금리를 올릴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주식시장은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40.8%로 내다봤다. 50bp 인상 가능성도 2.7%로 제시했다. 동결 가능성은 56.5%로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크게 축소됐다. 한 달 전 동결 가능성은 71.8%에 달했고 25bp 인상 가능성은 25.9%에 그쳤었다.
국제 원윳값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에 포함되지 않지만, 운송비, 소비재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한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소식에 올해 최고치이자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경신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에서 내려왔고 이는 환영할 만한 발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는 적절한 경우 금리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美 서비스업 PMI 견조...금리↑ 주식↓=전날 8월 서비스업 업황이 확장세를 보였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 지속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52.5)와 전월치(52.7)를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서비스업 PMI는 50.5로 최종 집계됐다. 전월치인 52.3보다는 낮지만, ‘50’을 상회하며 업황이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이날 뉴욕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8.78포인트(0.57%) 하락한 3만4443.1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1.35포인트(0.70%) 하락한 4465.48에 거래됐고,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48.48포인트(1.06%) 내린 1만3872.47로 장을 마쳤다.
국채 금리는 상승하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책 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5%를 웃돌았고 10년물 금리도 4.28%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이 3% 이상 하락했고, 테슬라는 1%대 하락했다. 아마존닷컴도 1%대 내렸다.
바이탈 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는 “ISM은 지난 몇 주간 증시를 괴롭혀 온 모든 우려를 강화했다”며 “채권금리 상승은 위험자산인 주식 가치를 약화시키고 견고한 성장은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상승 압력을 가하고 건강한 성장은 석유에 대한 선물 가격상승을 낳는다”고 평가했다.
▶높은 원윳값에 외국인 ‘컴백’ 지연 우려=유가 상승은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높아진 원윳값이 회복되기 시작한 무역수지를 끌어내려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선호 심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초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은 6~8월 3개월간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전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69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유가는 비용”이라며 “WTI 국제유가는 한국 무역수지에 약 6개월가량 선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 외에도 8월까지 3개월 연속 흑자를 지켜내면서 이제 막 개선되기 시작한 무역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무역수지에 대한 걱정과 직결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일 것이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주춤하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감산 정책 지속 우려가 고용 지표 둔화 등에 따른 물가 둔화 압력을 희석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원유시장 내 수급 및 재고 불안에 따른 유가 추가 상승 위험이 현시점에서 가장 큰 배드 뉴스(bad news)다”고 분석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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