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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 안나도 억대 연봉 펑펑...독배가 된 투자금
투자유치 어려워져 경영능력 도마위에
사세 확장위한 인적·물적 조건 되레 발목
눈높이 높아지고 성과없이 고정비 부담

“초창기 무난하게 성장한 핀테크들이 이제서야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핀테크 기업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이들은 디지털 전환과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무난히 투자받고, 이를 토대로 사세를 불릴 수 있었다. 유능한 인력을 모셔오기 위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에 준하는 복지를 내세우는 것도 필수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었다. 불확실성에 투자해야할 모험자본마저 소위 ‘실적이 나는’ 핀테크들을 선별하기 시작하면서 ‘충분한 투자→인력 확보→비즈니스 개발’이라는 선순환 구조는 깨진 상태다.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내걸었던 인적·물적 조건들은 경영환경 악화 상황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25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는 복수의 핀테크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다. M&A가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는데 성장의 발판이 될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핀테크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점을 고려하면 사세 확장보다는 출구전략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해서 회사를 키울 만큼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초창기만해도 핀테크 기업들은 투자를 손쉽게 받으며 커왔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투자가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핀테크 관계자들은 “IT 호황기를 맞으면서 핀테크들이 초창기부터 손쉽게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며 “문제는 회사 사이즈에 비해 투자를 크게 받았다 하더라도 비즈니스의 성과가 없으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이런 결단이 부족한 게 지금 독이 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익은 나지 않는데, 수십억원에 이르는 인건비 등 고정비를 계속 감당해야하는 것도 문제다. 초기 기업일수록 우수 인력을 데리고 오기 위해 전 직장 대비 높은 연봉을 주거나, 스톡옵션 등을 제공해야했다. 여기에 다른 핀테크와의 차별성을 위해 남다른 복지도 필수였다.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MZ 비중이 많은 만큼 이들의 눈높이를 채워줘야했기 때문이다.

실제 핀테크나 빅테크들이 내세운 복지는 파격적인 경우가 많다. 핀다는 입사자가 자신의 보상체계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핀다 커스텀 패키지’ 제도를 지난해부터 도입했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주택 마련 자금을 최대 1억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은 물론 주2회 리모트근무, 재택 환경 조성을 위한 개인 업무 장비 구매 비용을 120만원까지 지원한다. 토스는 지원 포지션에 따라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주 4.5일 근무제, 겨울방학 제도 등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3년 근무시 직원들에게 한달 안식휴가, 휴가비 200만원 등을 지급 중이다.

회사가 성과를 내고 사내 복지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영 악화를 겪는 핀테크에게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게 경영진들의 얘기다. 핀테크 업체 대표 A씨는 “투자유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투자금액의 70% 정도는 인건비에 쓰일 수 밖에 없다”며 “투자자로부터 방만경영을 하지 말라는 이유로 연봉 인상분까지 제한되는 상황에서 우회로로 복지만 늘려온 것이 성장 정체기에 또 다른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버티고 버티다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피인수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월급을 못받을 뻔 하기도 하고, 조직 슬림화 과정에서 직원의 3분의 2가 잘려나갔다”며 “일부 임직원은 스톡옵션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고, 그 와중에 인수합병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도 과거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 설정된 행사가가 너무 높아 행사할 수도 없다는 전언이다.

핀테크 담당 연구원 B씨는 “라이선스가 있는 기업들이야 그나마 라이선스라도 있어서 팔린 것”이라며 “매출도 일어나고, 유의미한 어떤 사업의 성장 단계를 보여서 시너지를 내기위해 (동등하게) 합병하는게 아니라면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이 진 스톡옵션이나 채무 등을 위임받지 않는다 해도 마냥 불리한 계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핀테크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당분간 성장통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내심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자본력은 물론 경영상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해외시장에서 무작정 통할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핀테크 관계자들은 “당국에서 요구하는대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동등한 관계의 M&A를 통해 커가거나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방식의 성장모델이 필요하다”며 “초창기 정책적 지원, 사회적 분위기 등에 힘입어 발빠르게 커온 핀테크들이 다시금 현재를 되돌아 볼 때”라고 지적했다. 서정은·홍승희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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