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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 일하고 받은 돈이 무려 30억원” 돈 잔치 하더니 결국 사달났다
국내 게임회사 본사들이 위치한 경기도 판교 일대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한창 부러움 샀는데 추락…좋은 시절 끝났나?”

한때 억대 연봉잔치를 벌이며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가 최근 극심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게임 이용자들의 활동 지표를 보여주는 게임 이용률마저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 게임업계가 연봉 인상과 인재 영입을 놓고 출혈 경쟁을 펼친 탓에 비용 지출이 급증한 반면 신작 출시와 업데이트는 늦어지면서 게임 이용자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게임 이용률은 62.9%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65.7%보다 못한 수준이다. 게임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거셌던 2020년에 전년 대비 21.3%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전년 대비 39.9% 성장하며 수혜를 누렸다. 사회적 격리로 인해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게임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였던 게임 이용률도 2022년 74.4%까지 치솟으며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1년 만인 올해 조사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게임 이용빈도가 높은 10대와 20대의 이용률이 1년 사이 각각 86.1%→81.6%, 92.1%→84.4%로 떨어졌다. 40대의 경우 86.8%→62.3%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또 다른 보고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서 최근 게임 이용률의 급락 배경으로 야외활동 증가와 함께 게임사의 인건비 지출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호황기에 게임업계는 신작을 쏟아내면서 홍보비·인건비 등 지출이 급증했다. 그 여파로 기존 게임들의 업데이트와 신작 출시가 지연됐다는 분석이다.

[123RF]

실제로 개발자 직군을 중심으로 채용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게임사들은 파격적인 보상을 내걸고 인재 모집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수를 두둑히 챙기면서 다른 업종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올해 상반기 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수십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상반기 급여 4억8100만원, 상여 27억9500만원 등 총 32억7600만원을 수령해 게임업계 연봉 1위를 기록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6억3600만원,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15억51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크래프톤의 경우 작년 2분기 인건비는 942억원이었으나 전사 인원 증가로 올해 1분기 1000억원을 넘어섰고 2분기에 1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비용의 약 33%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해당 게임 개발사 직원 32명은 정리해고됐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크래프톤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 추세”라며 “신작 기대감을 통한 밸류에이션 반등이 절실하지만 기존 라인업으로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게임회사 본사들이 위치한 경기도 판교 일대 모습. 임세준 기자.

엔씨소프트 역시 인건비가 2020년 7182억원에서 2021년 8495억원으로 18% 증가했다. 2022년에는 8474억원을 기록했다.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며 지출 증가폭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실적은 아직 고전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 매출은 4384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 83% 감소한 수준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이익 급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영업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고정비 성격인 상황에서 신작 공백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게임업계가 인원 감축 등으로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신작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20~2021년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PC나 콘솔 게임, 서브컬처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게임업계 성장을 다시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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