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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긴축 기조 흔드는 여야 총선용 예산 만들기 경쟁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인 여야가 우려했던 대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인 약 60조원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정부는 긴축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야는 나라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용 예산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예산 증액은 민생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거야(巨野)가 주도하고 있다. 16일까지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9개 상임위원회 중 더불어민주당이 증액안을 단독 처리한 상임위는 행정안전위, 국토교통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등 네 곳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화폐 발행, 새만금 개발, 정액제 교통패스사업 등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사업별로 보면 정부가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예산을 8000억원가량 늘렸고 새만금 개발사업도 3700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정액제 교통패스사업 예산은 2923억원 신규 편성했는데 청년패스 월 3만원, 일반국민 데이패스 월 5만원 등 대중교통 이용자의 교통비를 절감해주겠다면서다. 정부·여당의 K패스사업(516억원)과 사실상 중복되는데도 끼워 넣은 것이다.

거야가 일방적으로 증액한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 본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예산 증액을 위해선 국가재정법 69조에 따라 기획재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데에 있다. 여당까지 총선 표심을 의식해 증액 요구에 가세하면 기재부가 버티기 어려워진다. 국민의힘은 임플란트 지원 확대(2→4개) 등 40대 주요 증액사업을 제시한 상태다. 명절기간 전 국민에게 반값 여객선 운영,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기간 확대 등 현금성 지원사업도 많다. 선거 변수가 없었던 지난해 ‘2023년 예산안’ 심의 때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요구한 순증액이 11조9000억원가량이었는데 총선을 5개월 앞둔 2024년 예산안은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 매표를 단호히 배격하겠다며 19년 만의 최소 증가(2.8%) 예산(656조9000억원)을 짰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뒀더라도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민생 사각지대를 국회가 보완하는 것이라면 발전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 증액이 경제적인 타당성과 효과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검증 없이 표심을 구애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왔고 지금도 그럴 조짐이 다분하다. ‘선거만 치르고 나면 경제에 골병이 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야는 건전재정이 경제위기를 막는 파수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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