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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안정계정’ 급한데...연내 도입 물건너갔다
금융사 부실 발생 전 선제적 지원
마지막 법안소위서 법개정안 무산
뱅크런 부추길 수도 ‘신중론’ 여전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연내 도입이 무산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국내 금융권 전반으로 유동성에 대한 위기감이 번지자 정부는 올 상반기부터 금융안정계정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안은 반 년 넘게 계류돼왔다. 올해 마지막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법안 통과가 무산되며 금융안정계정 도입은 사실상 해를 넘기게 됐다.

▶정무위 법안소위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통과 실패=6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전날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날 법안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과 정부가 각각 발의안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공통적으로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위해 긴 시간 국회를 설득해왔지만 이날 정무위 소위원장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중론을 펼치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안정계정이란 예보 내 기금을 활용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예보는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금융투자사·종합금융사·저축은행 등 각 금융사로부터 재원을 받아 고유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예보는 이 계정을 통해 금융사 파산 이후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사가 파산하기 전 기금을 활용해 파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예보의 주장이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유동성 지원 대책을 상시화하는 셈이다.

작년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당국은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올 상반기 중 조기가동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미국 SVB를 시작으로 은행 파산이 줄줄이 터지자 국내에도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부와 예보는 그간 반대 의견을 펼쳤던 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법안 통과에 매진해왔다.

지난해 말 금융위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직후 “금융산업은 상호 연계성이 높아 특정 부문의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해 위기 확산을 적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강조했다.

▶“예보 기금만 다 쓰고 뱅크런 날 수 있어...채권시장 경색도 우려”=반면 이번 소위에서 법안에 반대한 김 의원은 금융안정계정이 상시화되면 자칫 예금자보호기금만 모두 소진하고 은행의 뱅크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또 계정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기금채권(정부보증채) 발행이 과해질 경우 오히려 채권시장의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안계정을 통해 예보가 보증한 금융사에 문제가 생기면 예보보증채에 대한 시장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때 예보보증채보다 열위에 있는 신용등급을 가진 채권들에 자금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한 보증의 지불의무가 이행되면 예보기금 소진 우려로 인해 뱅크런이 현실화 될 수 있는데, 이는 오히려 금융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PF대출 경색 해소하고자 투입된 금액은 총 200조로, 금융안정계정이 마련할 수 있는 재원보다는 훨씬 많았다. 예보 기금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금융안정계정만 가동되면 오히려 금융소비자 불안을 야기해 뱅크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반대 측 의견이다.

여기에 정부와 예보의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금융안정계정 법안이 통과되면 예보가 유동성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사들에게 대출·지급보증 외에 출자 지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이 아닌 예보의 역할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계정 도입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던 예보는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법안의 연내 도입이 힘들어지면서 해당 과제는 내년에도 계속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보 관계자는 “내년에도 논의해야 할 국정과제 및 법안이 산적해있어 통과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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