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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부동산발 금융위기 대비할 때다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기대감에 연초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최근 높아진 금리에 더 버티기 힘들어진 차입자의 연체가 늘고, 미분양으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이 증가하는 등 금융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금융위기는 부동산시장이 그 진앙지였다.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1990년대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모두 뜨거웠던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식으면서 촉발되었던 금융위기였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것은 글로벌한 현상이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중국 부동산시장 하락으로 인한 중국경제 침체의 여파로 우리 수출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해외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해외 대체투자 손실 우려가 그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증권사와 보험사는 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대체투자를 크게 늘렸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업무보고서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본대비 해외 상업용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잔액의 비중이 2023년 6월말 현재 보험사는 5.5%, 그리고 증권사는 8.8%에 달한다. 2022년부터 해외 상업용부동산시장이 큰 폭으로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대체투자로부터 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발 불안요인이 아직 금융회사의 몸통을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여건 변화에 따라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내적으로 부동산발 금융불안은 가계부채 문제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2023년 현재 GDP 대비 10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전체 자산 중 약 80% 정도가 부동산인 상황에서 부동산가격 하락은 가계의 순자산을 낮춰 가계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10월 전국아파트 경매건수가 지난 3년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가계부채의 연체율이나 부실비율이 장기적 관점에서 과도하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금리가 높은 수준에 유지되는 경우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들의 연체와 부실이 증가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부동산시장발 금융불안이 염려되는 또 다른 연결고리는 PF시장의 경색이다. PF시장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거의 마비되었다가 정부의 50조원 자금 투입에 힘입어 고비를 넘긴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반짝 부동산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2021년 9월말 1만3842호를 기록한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올해 2월 7만5438호까지 늘어났다가 부동산가격 반짝 상승세에 힘입어 10월말 현재 5만8299호까지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5만972호는 비수도권 주택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 냉각으로 인해 다시 미분양 주택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의 증가는 고금리와 더불어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사정 악화를 초래해서 금융기관의 재무건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행사나 시공사의 채무 상환 미이행으로 인한 사업장의 공매 건수도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PF사업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PF대출 금리와 PF 자산담보부증권의 금리도 치솟고 있다. 향후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차주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대출이 부실화되고 PF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들의 부실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PF대출의 위험성에 대해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조절해 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상호금융기관들의 경우 그러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기관들은 2017년경부터 가계대출 비중은 줄이는 대신 부동산 내지 건설업 관련 대출은 크게 확대해 왔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경우 기업대출 잔액이 2017년말 기준 9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2023년 6월말 기준 112조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11배 이상 증가했는데 여기에 부동산관련 기업대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는 PF대출 부실로 인해 폐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예금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건전하게 운영되는 다른 금고에게도 번지는 문제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감독제도 및 예금자보호, 긴급자금지원 등 금융안전망이 상호금융 전반 그리고 특히 새마을금고에 대해 잘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가 부동산발 금융위기의 사례집에서 한 페이지를 차지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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