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간당 600대 차량 선적...300억弗 수출탑 첨병으로
현대차 울산 수출선적부두 가보니
현대차그룹 200만 수출선도 최전선
2030년까지 전기차 연92만 수출
전기차·SDV시대, 선적부두 중요
지난 7일 울산 수출선적부두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차량 선적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 제공]

#. 초겨울 추위가 한풀 꺾인 지난 7일. 기자가 찾은 울산 수출선적 부두에는 미국 동부로 향하는 차량들이 선적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부두에 주차돼 있던 제네시스 GV80,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엘란트라(아반떼) 등이 선박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차량 운전자는 선적 업무를 담당하는 ‘울산항운노조’ 소속 직원들이다. 차를 선적하고 내려와 다음 차를 배에 싣는 작업을 시간당 수십 번씩 반복했다. 1개조가 시간당 평균 200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다. 이날은 3개조가 투입돼 시간당 600대의 자동차를 숨 돌릴 틈도 없이 선적했다.

연간 최대 110만대를 수출할 수 있는 울산 수출선적 부두는 현대자동차의 해외 시장 공략 최전선이다. 약 830m의 길이를 자랑하며, 5만t급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하다. 그 앞에는 약 46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울산공장에서 매일 생산되는 6000대의 자동차 중 수출될 차량들이 부두에 공급되고, 이를 선적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현장 작업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번째는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 소속 직원 500여 명이 진행하는 차량의 ‘PDI(Pre-Delivery Inspection·배송 전 검사)’ 작업이다.

품질 검증을 마친 자동차를 배에 싣기 전 한 번 더 검사한다. PDI를 거치면서 차량이 수출될 부두를 포함한 차량의 정보가 담긴 스티커가 부착되고, 습도와 염도가 높은 해상 공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방청 작업’도 이뤄진다. 이어 차량은 수출 대상 지역에 맞게 질서 있게 선적 부두에 주차된다.

두 번째 작업은 차량을 배로 싣는 작업이다. 이날 선적이 이뤄진 유코카캐리어 소속 선박 ‘아세안 엠파이어호’는 총 11개 데크로 이뤄진 총 7만t급 선박이다.

데크 하나 면적은 축구장 크기(약 7167㎡)를 훌쩍 뛰어넘는 7456㎡다. 조밀하게 넣었을 때 코나 일렉트릭(소형 SUV)를 기준으로 한 층에 약 550대, 제네시스 GV80(대형 SUV)은 약 450대를 선적할 수 있다. 소형 SUV는 약 6000대, 대형 SUV는 약 5000대를 선적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 부두에 있는 차들의 행선지는 북미와 남미(페루), 아프리카(모로코), 동유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으로 각양각색이었지만, 숙련된 작업자들이 선적할 차만을 골라 빠르게 작업을 이어갔다.

기자가 실제 배에 타보니 마치 천둥 치는 소리처럼 웅장한 마찰음이 들렸다. 외부 차량은 빠른 속도로 배에 올랐고, 목적 데크에 도달한 뒤에는 신호수의 사인에 맞춰서 일목요연하게 후방 주차됐다. 주차를 마친 운전자는 빠르게 차에서 내리고 그다음 차가 주차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마치 기계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특이한 점은 작업자들이 모두 사이드 미러를 접은 채 주행한다는 것이다. 부두 안 주차공간과 배 데크 위에서 더욱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장을 관리하던 김영대 유코카캐리어 감독은 “숙련된 작업자들은 신호수의 사인에 맞춰 주차를 하기 때문에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느낀다”면서 “빠르게만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작업 시스템이 짜져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배 안에서는 차량이 흔들리지 않게 ‘고박(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차량 한 대당 최소 4개의 와이어선을 따서 자동차 운반선 초크에 연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와이어 한 줄당 1t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현대차는 올해 ‘300억 달러(약 39조6000억원)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수출한 자동차 190만8073대 중 상당수가 울산 수출선적부두를 거쳐 세계로 나갔다. 현재도 매일 3000여 대 이상의 자동차가 전 세계 19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고급자동차인 제네시스와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세단과 SUV가 모두 울산 수출선적부두를 거쳐 나간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기아는 올해 이미 지난해 수출량을 훌쩍 뛰어넘는 217만4638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최병길 현대차 수출선적부 책임은 “최근 차량 수출이 늘어나면서 현장 근무자들의 업무량 자체는 예전보다 더욱 많아졌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그만큼 우리 회사 제품이 세계적으로 잘 팔린다는 의미여서 현장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수출선적부두는 현대차의 과거이자 미래다. 먼저 한국 자동차 수출의 시발점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976년 현대차의 첫 번째 고유모델인 포니 6대가 에콰도르 수출길에 오른 곳이고, 1986년에는 울산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엑셀을 수출하면서 미국시장 진출의 포문도 열었다.

앞으로 2025년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공장이 들어서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로 돌입하면서, 울산 수출선적부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전기차를 연간 151만대 생산하고, 이 중 92만대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청사진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전기차 전용공장에 인접한 울산 수출선적 부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