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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네덜란드 반도체동맹, 차세대 2나노 주도권 발판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양국간 ‘반도체 동맹’을 공식 명문화했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극복 방안을 함께 이행하는 관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은 이로써 반도체 설계(미국)에서부터 소재·부품(일본), 장비(네덜란드), 제조로 이어지는 전 주기를 연결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완성했다.

한국으로선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향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초미세 공정과 관련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네덜란드의 ASML을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ASML도 메모리 반도체 제조 1위 국가인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는 일인 만큼 서로 최상의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ASML이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한국에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두 나라 상생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서버 수요가 증가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AI 등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의 성패를 가를 2나노미터(㎚·나노미터=10억분의 1m) 생산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핵심 장비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는 이 부문에서 독보적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의 60%는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빛으로 새기는 이른바 ‘노광’ 작업이다.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다. 빛의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사용하면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현지서 직관한 최첨단 차세대 노광장비는 대당 5000억원이나 한다. ASML이 1년에 생산하는 장비는 40여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도 이 장비를 구입하려 동분서주하는 상황이다. ASML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이 ASML과 ‘극자외선 공동 연구소’를 설립해 차세대 노광 기술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진지를 구축한 것이다.

삼성이 2나노 주도권을 선언했지만 경쟁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미국의 인텔, 일본의 반도체기업 연합사인 ‘라피더스’가 반도체 명가 재건을 외치며 참전하고 있다. 특히 7나노 이상 기술로 뒤처졌던 인텔은 삼성과 대만의 TSMC보다 1년 앞선 2024년부터 2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한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TSMC도 이런 과정을 거쳐 파운드리(위탁생산) 글로벌 톱이 됐다. 우리도 기업과 한몸이 돼 더 빨리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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