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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능 34년만에 문·이과 통합...기초학력·변별력은 숙제

교육부가 현 중2학생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같은 수능을 보는 내용의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국어· 수학· 탐구영역 모든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일제히 치르게 된다. 수학도 미적분·기하 등 ‘심화수학’을 따로 만들지 않기로 하면서 현재 문과 수준의 수학 시험만 준비하면 된다.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수능 선택과목을 모두 없애 응시생들이 모두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건 수능이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지금은 대학 문과 계열로 진학할 학생은 사회탐구를, 이공계열로 진학할 학생은 과학탐구 과목을 시험쳤다. 대학에서 해당 과목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모든 학생들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같이 시험봐야 한다. 수학도 선택과목 중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를, 이과생은 ‘미적분II’ 또는 ‘기하’를 선택해 시험을 쳤다. 특히 ‘미적분II’, ‘기하’는 상위권 대학의 필수과목이었다. 하지만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가 달라지는 ‘유불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표준점수에서 많게는 11점까지 차이가 난다. 이번 개편안은 이런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측면이 있다. 고교 내신 등급도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해 내신 1등급이 10%로 늘어나는 등 부담이 줄어든다.

이번 개편안은 내년 중3이 되는 학생들부터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듣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데 맞춰 만든 것이다. 학생이 적성과 관심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내신과 수능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취지와도 부합한다. 문제는 내신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난이도가 올라가거나 우수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별 평가가 더 까다로워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논술 ·면접 평가나 내신을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고교학점제 과목으로 심화수학의 내신 성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적분II’와 ‘기하’를 배우지 않으면 대학에 들어와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학이 자칫 ‘고4교실’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등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과학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다 같이 치르는 수능은 단순하고 일정한 변별력을 갖추는 게 맞다. 학생들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고교학점제 취지와도 다르지 않다. 다만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취지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교실 현장과 입시 전반을 꼼꼼히 살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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