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하락분의 43% 차지
전기차 수요 둔화·수익성 악화
국내 상장된 주요 이차전지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20여일이 지난 현재 벌써 60조원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4위 종목 시총 이상의 규모다. 이차전지주(株) 부진은 올해 국내 전체증시 하락분의 43%를 차지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이차전지 시총 상위 15개 종목(LG에너지솔루션 등)의 시총 총합은 291조3887억원으로 연초(356조6970억원) 대비 65조3082억원 감소했다. 이들 종목의 시총이 16거래일 만에 18.31% 줄어든 것이다. 이는 시총 4위 규모(삼성바이오로직스·56조8680억원) 이상의 증시 자금이 한꺼번에 빠진 것과도 같다.
국내 전체 증시로 넓혀보면,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총 감소액(150조4357억원)의 43.41%에 달한다. 이차전지주 부진이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끌어내리는 데 절반에 가까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포스코DX의 연초 시총(11조2809억원)은 전날(8조730억원) 28.44%(3조2079억원) 급감해 가장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어 포스코퓨처엠은 27조8092억원이던 시총이 20조5664억원으로 26.04% 감소, 금양은 6조3390억에서 4조6904억원으로 26.01% 줄어 감소율이 높은 종목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등 ‘셀3사’(SK온 제외)는 각각 21.74%, 24.05% 줄었다. ‘양극재 3사’에 해당하는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도 16.84%, 11.47% 감소했다.
이차전지주 하락세에 관련 지수도 하락했다. KRX 이차전지 TOP 10 지수는 올해 초(5424.55) 대비 전날(4316.23) 20.43% 감소했다. 이 지수는 양극재 기업으로 분류되는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LG화학·엘앤에프·코스모신소재, 배터리셀 기업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으로 구성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도 전체 1위는 삼성SDI로 전날까지 48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위는 LG화학으로 2558억원, 5위는 포스코DX로 117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5개 중 3개가 이차전지주다. 이밖에도 6위 SK이노베이션(762억원), 13위 엘앤에프(447억원)가 위치했다. 기관투자자 순매도 상위 5위는 LG에너지솔루션(1811억원), 11위 포스코퓨처엠(1291억원), 14위 삼성SDI(1207억원), 15위로 POSCO홀딩스(1092억원)가 차지했다.
이차전지주 부진 원인으로는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둔화와 실적 부진 우려가 깔려있다. 전기차 유럽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판매량 둔화세가 뚜렷하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독일 지난해 12월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 전년대비 각각 48%, 74% 줄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효과로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오르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점진적인 둔화세로 접어들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 및 과잉 재고로 이차전지 주문량도 대폭 감소했다. 작년 12월 리튬배터리(ESS 포함) 수출은 2.3% 감소했고, 양극재는 49.3%, 동박 46.8%, 분리막 18.8%, 전해액 90.7% 등이 감소했다. 여기에 배터리 소재 양극재에 쓰이는 원재료인 리튬 등 가격이 하락하자 양극재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연초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국내 이차전지 업종 주가 흐름은 박스권 내에서 변동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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