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함, 함명 변경 논란 이어 지체상금 곤욕
해군 장보고-Ⅱ 214급(1800t급) 잠수함 7번함 홍범도함.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해군의 장보고-Ⅱ 7번함 ‘홍범도함’이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대한독립군 총사령 홍범도 장군의 이름을 딴 214급 잠수함(1800t급) 7번함인 홍범도함은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속 함명 변경 여파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서 군함에 ‘공산당원’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변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홍범도함은 치욕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 군함 명명 권한을 갖고 있는 해군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홍명도함 함명 변경 문제는 일단락된 상태다.
그런데 올해 들어 건조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과 방위사업청 간 지체상금을 둘러싼 소송으로 홍범도함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1일 HD현대중공업이 국가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HD현대중공업에 205억5599만원과 지연이자를 함께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홍범도함을 계약금 1172억6000만원에 2017년 7월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방사청과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납품은 계약보다 189일, 약 6개월여 늦은 2018년 1월에야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지체상금 약 335억원에서 정부의 미지급대금 채권 약 264억원을 제외한 약 71억원을 국가에 납부해야 했다.
지체상금이란 방산업체가 계약에 따른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방사청에서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성격이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납품 지연이 방사청의 안전지원함 미지원과 관급품 결함 등으로 인한 것이라며 지체상금 면제를 요청했다.
방사청은 이 같은 요청의 일부를 수용해 49일에 대한 지체상금 약 87억원은 반환했다.
그러나 나머지 140일 지연에 대한 약 248억원의 책임은 HD현대중공업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미지급대금 채권과 상계하면 국가가 HD현대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잔금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약 248억원의 물품대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결국 국가는 HD현대중공업에 지급하지 않은 홍범도함 납품대금에서 49일 지연에 해당하는 약 42억원을 제외한 약 205억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줘야 한다.
문제는 방사청의 항소 가능성이 높아 홍범도함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행정 소송 항소 기간은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14일 이내인데,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이 재판 결과를 열람한 날짜로부터 시작된다.
방사청은 현재 항소 여부를 포함해 법적 대응 방안 등 향후 방침을 내부정리중이지만, 일단 첫 판결인 만큼 기존 관행대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안팎에선 통상 국가의 행정 소송의 경우 2심까지 진행됐고, 특히 214급 잠수함 지체상금의 경우 늘 항소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2월 중순께 방사청이 항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홍범도함은 지난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따른 명칭 변경에 이어 올해 지체상금 법정 다툼으로 또다시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지체상금을 둘러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체상금은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무기체계 개발과 구매 획득 과정에서 방산업체의 규정 준수와 철저한 사업관리를 위한 제도다.
그런데 이미 대량생산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과 달리 무기체계의 경우 개발, 생산 과정에서 해외 방산업체의 납품 지연과 기상상태에 따른 시험평가 지연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무작정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높아진 ‘K-방산’ 위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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