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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환자 고통 외면한 대치 풀고 의정 대화 물꼬 터야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시한이 지났지만 돌아온 전공의 숫자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곁을 지켜야 할 7000여명 전공의가 보름이 돼가도록 병원을 이탈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 생명을 우선시해야 할 의사들이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이 응급실 뺑뺑이는 더 심해지고 암 수술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는 등 환자 고통이 커지고 있다. 기약 없는 이런 강대강 대치에 국민불안이 크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의 의대증원 신청도 이날까지만 받기로 했다. 신청시한을 못박은 것은 2000명 증원계획에 타협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의사단체도 반발 수위를 높여가는 양상이다. 의협은 전날 총궐기대회에서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면서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인데 정부나 의사단체나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압박에도 꿈쩍 않는 배경에는 그동안 정부를 번번이 굴복시킨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에 한 번 취득한 의사면허는 평생 간다는 믿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집단행동 시 금고 이상 형만 받아도 면허 취소가 가능하고 반대로 발급은 까다로워졌다. 복지부의 고발과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면 적지 않은 수의 전공의가 면허를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의정 대화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입장을 낸 이후 묵묵부답 상태다. 의대 교수들의 중재도 말뿐이다. 요구도 제각각인데 그만큼 당사자들과의 사전 협상이 충분치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돌아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지금 정부의 행동은 중대 갈림길이 될 수 있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와 전문의들은 인력공백이 이어지면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기 전에 한발짝 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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