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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록파 박목월 시인에 이런 면이?”…미공개 육필시 166편 공개
장남 박동규 교수 자택 등에서 친필 노트 확인
미발표 290편 중 완성도 높은 166편 내놔
역사의식·애뜻한 사랑…또다른 작품세계 확인
박목월 시인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목월 시인 미발표 육필 시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박목월 시인 육필 시 노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박목월 유작품 발간위원회는 박동규 교수 자택에서 발견된 박목월 시인 미발표 시 290편 가운데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오늘은…//참된 시인. 참된 시인이//되어보리라. 이 어리고 측은한// 소망을//만인의 가슴에 꿈을 나누고//위안을 베풀고//그 가슴을 내 가슴처럼 드나드는.(후략)(박목월 육필시 중 ‘무제’)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참된 시인이 되겠다는 작가의 여리지만 간절한 소망이 작품에 켜켜이 담긴 작품이다. 윤동주나 이육사 등 저항 시인의 결기가 느껴지지만, 사실 작가는 예상 밖의 인물이다. 바로 청록파의 대표 주자인 박목월이다. ‘나그네’나 ‘청노루’, ‘4월의 노래’ 등 목가적 시로 유명했던 그는 최근 미공개 육필시가 공개되면서 작품세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박목월유작작품발간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목월(1915~1978)이 1930년대부터 작고한 1978년 3월 전까지 쓴 미발표 시 290편 중 문학적 가치 등을 고려해 선정한 166편의 육필시를 공개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공개되고 있다. 이날 박목월 유작품 발간위원회는 박목월 시인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자택에서 발견된 미발표 시 290편 가운데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다. [연합]

잠들어 있던 박목월의 미공개 시가 대거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자택에서 그의 친필 노트 62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6·25 전쟁통에도 지아비의 습작 노트를 짊어지고 피란을 갈만큼 ‘시인의 아내’로서 의지가 높아 오랜 세월 노트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게 박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해 8월 우정권 단국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 등 평소 뜻을 같이했던 국문과 학자들이 의기투합해 발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경북 경주 소재 동리목월문학관에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까지 확보, 그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두 찾아냈다.

유작품발간위의 조사 결과, 박목월은 등단 전후인 1930년대부터 말년인 1970년대까지 총 318편의 시를 썼다. 이중 기존에 발표된 시들을 제외하면 290편을 새로 발견한 것. 여기에 기존 발표 내용과 겹치거나 미완성 작품 등을 제외해 총 166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박목월은 그간 청록파 시인의 대표주자로, 주로 목가적이거나 서정적인 작품을 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작품들을 보면, 그를 한 가지 시풍(詩風)으로만 분류해선 안될 만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시가 많았다. 유작품발간위 위원장인 우정권 단국대 국문과 교수는 “(이번 육필시 공개로) 박목월 선생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문학사 다시 써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목월 시인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목월 시인 미발표 육필 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목월 유작품 발간위원회는 박동규 교수 자택에서 발견된 박목월 시인 미발표 시 290편 가운데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다. [연합]

실제로 이날 공개된 고인의 작품들은 자연적, 서정적인 내용 뿐 아니라 ▷일상적 생활 ▷기독교 등 신앙 ▷동시와 같은 동심▷고향과 타향의 삶 ▷시인의 삶과 사람과의 만남 ▷가족과 어머니, 사랑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특히 6·25 전쟁 고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본 ‘슈샨보오이’나 어머니를 자신의 거울처럼 표현한 ‘밤 정거장’, 어떤 여인을 만나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 ‘무제’ 등은 발간위원들이 수작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박목월 특유의 시적 형상화나 입에 착착 붙는 운율은 여전했다.

박 명예교수는 “아버지가 하늘에서 “뭐하러 했노”라 하실까봐 작품을 공개하면서도 겁이 났다”며 “아버지를 해방 이후부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시를 안고 살아간 1세대 (시인의) 중심적 인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박목월 시는 운율이 있어 40여편의 시가 노래로 창작될 정도”라며 “박목월 관련 영화나 뮤지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인의 시가 널리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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