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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체제 취약성 노출”…모스크바 테러에 스트롱맨 위기
5번째 임기 확정 5일 만에 수도 한복판 테러
“안보·질서 명분 권위주의 통치에 흠집”
우크라전 몰두 FSB, 테러 대응 역량 부족 노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정교회 성당에서 전날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 콘서트 홀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소 137명이 숨진 모스크바 테러 사건으로 그동안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워 장기집권을 정당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의 질서와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명분으로 철권 통치를 이어왔는데 보안 취약성 등이 드러나며 무능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서방 언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 콘서트 홀에서 발생한 테러의 정치적 파급 효과에 대해 일제히 푸틴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WP는 “자동화기를 가진 테러범들이 무고한 콘서트 관람객들을 죽이고 러시아 수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엔터테인먼트 장소를 불태우는 영상은 강력하고 통합돼 있으며 회복력이 강한 러시아를 보여주려는 푸틴 대통령의 노력을 깨뜨렸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테러는 2002년 발생한 두브로브카 극장 인질 테러와 달리 테러범들이 사람들로 붐비는 주말 쇼핑가를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입한데다 20년 전 잔인하지만 효과적으로 테러를 진압했던 크렘린궁은 이번에는 무장 테러범들의 초기 검거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선임 연구원은 “푸틴 정권은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 반란 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점에 자신의 약점을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자국을 겨냥한 테러에 대해 푸틴 체제가 노출한 무능력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초기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체첸 반군의 공격에 대해 “그들의 집에서 체첸인들을 때리겠다”고 말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안보를 명분 삼아 연방보안국(FSB) 등 권력 기관을 강화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을 포기하고 망명할 것으로 오판했고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 반란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FSB는 이번 테러를 앞두고 또다시 무능력을 드러냈다.

특히 테러가 발생하기 며칠 전 미국 정부가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러시아에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우리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도발”이라며 일축한 장면은 러시아의 정보 역량에 뚫린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테러 및 정보 분야 분석가인 그리고리 세르시코프는 “아마도 FSB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테러 위험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단체인 호라산 이슬람국가(ISIS-K)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는 점도 러시아의 외교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WSJ는 “러시아가 개발도상국 및 이슬람 세계와 동맹을 맺고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에 맞서 투쟁해 왔다고 선전했지만 이번 테러는 그러한 세계관과 상충된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공격을 우크라이나와 연결시키려 한 것은 이러한 치부를 가리기 위한 ‘시선 돌리기’일 수 있지만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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