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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포비아’ 당장 대안 없는데” ‘옛 영광’ 잃은 ‘亞 미술 허브’ 홍콩 [2024 아트바젤 홍콩]
26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VIP 사전 관람(프리뷰) 첫날,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내부. [홍콩=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홍콩)=이정아 기자] “당장 대안이 없다. 홍콩 사업을 접고 철수하기엔 아직 섣부르다. 무엇보다 무관세 혜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미술시장 저변이 갖춰지지 않았다. 일본은 현지 컬렉터의 취향이 너무 강하게 작동된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홍콩의 1인당 GDP의 64%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국계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의 설명이 현재의 아시아 미술시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난 3월 26일 VIP 개막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열린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서의 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여해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같은 규모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람객은 7만명대로 전년보다 12%가량 줄었다.

26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VIP 사전 관람(프리뷰) 첫날,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내부. [홍콩=이정아 기자]

판매 성적은 더 처참하다. 갤러리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세계 톱급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가 윌리엄 드 쿠닝의 1986년작 ‘Untitled III’(120억원)와 필립 거스틴의 1978년작 유화인 ‘The Desire’(115억원)에 판매하면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판매된 작품들 가운데, 100억원을 넘는 유일한 최고가 2점이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머핀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극소수의 글로벌 갤러리가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3억원대 안팎에 판매했다. 올해 개인전을 준비 중인 주요 블루칩 작가의 신작은 수천만원대에 거래됐다. 10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국제갤러리만이 김윤신, 양혜규, 이기봉, 강서경, 이희준, 다니엘 보이드, 줄리안 오피, 장-미셸 오토니엘 등 작품을 판매, ‘나홀로 선전’을 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하우저앤워스는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작가인 윌리엄 드 쿠닝의 1986년작 ‘Untitled III’을 120억원에 판매했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최고가 판매작. [홍콩=이정아 기자]
하우저앤워스가 필립 거스틴의 1978년작 유화인 ‘The Desire’을 115억원에 판매했다. [홍콩=이정아 기자]

그러나 여기까지다. 통상 약 1조원 규모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아트바젤 홍콩이지만, 판매 실적을 공개한 갤러리는 단 56개뿐이었다. 이들 중에서도 1억원대 안팎의 작품을 3점 이내로 판매한 갤러리가 수두룩했다. 판매 실적을 비공개한 갤러리 중에서는 단 한 점도 못 판 곳도 허다했다.

아트페어 흥행의 척도를 가늠하는 사전 판매율도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너도나도 미술품을 사들일 만큼 시장이 한껏 달아올랐을 때 경쟁적으로 판매 실적을 전했던 것과 달리, 대다수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판매가) 안 됐다”, “손님들이 확실히 신중하다. 구매까지 이어지는 손님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라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장 세계 경기 침체의 파고 영향이 크다. 돈을 가진 중화권 사람들이 가치 높은 한 점의 그림에 안전하게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면서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독보적인 판매율을 기록한 하우저앤워스지만, 대표작으로 내놓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1950년작 조각인 ‘무제’(38억원)와 니콜라스 파티의 2019년작 파스텔화인 ‘Portrait with Beetles’(13억원) 등은 주인을 찾지 못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오는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바젤을 앞두고 갤러리들이 주요 작품과 신작을 중화권 컬렉터가 몰리는 홍콩에 일부러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19일 새로운 국가보안법 격인 ‘수호국가안전 조례’의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토론을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AP/뉴시스]

이런 가운데, 특히 올해는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홍콩 반정부 세력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가 19일 홍콩 입법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4년 만에 ‘홍콩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자체적인 법안이 지난 3월 23일부터 발효된 것. 아트바젤 홍콩 VIP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아트바젤 홍콩에서 만난 한 갤러리스트는 “당장 직접적인 가이드가 온 건 없지만, 아무래도 작가와 작품 라인업을 (아트바젤 홍콩 측에) 제공하면서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라며 “다만 아직까지 홍콩을 대체할만큼 매력적인 아시아권 도시의 아트페어는 없다. 오히려 눈을 아시아권 밖인 미국 뉴욕이나 마이애미로 돌리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약진한 한국 작가들도 있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조현화랑은 이배 작가의 높이 2m 크기 브론즈 조각과 300호 크기의 대형 붓질 작품 등 3점을 한 인도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진주 작가의 작품 15점을 판매했다. 한국계 뉴욕 갤러리인 티나킴은 현대자동차가 영국의 테이트미술관과 공동으로 여는 ‘현대 커미션 2024’의 전시 작가로 선정된 이미래 작가의 작품 3점을 판매했다.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작가 양혜규의 ‘엮는 중간 유형 - 이면의 외계 이인조’ 작품과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 - 십이각 금 반듯 엮기’. 공중에 설치된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 - 십이각 금 반듯 엮기’ 작품은 1억원에 판매됐다. [홍콩=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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