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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살아난다는데"…멈춘 2금융권 출자에 PE 펀딩난
'부동산 PF 부실 여파' 캐피탈사, 출자규모 대폭 축소
지급여력제도 바뀐 보험사도 채권으로 투심 선회
"중소·중견PE 출자자 다변화해야"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사모펀드(PEF) 출자에 적극적이었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조달 환경이 저하되며 기관출자자(LP)로서의 역할이 미미해지고 있다. 제도 변경을 겪은 보험사 또한 대체투자 출자 규모를 축소해 중소·중견 PEF 운용사의 자금조달(펀드레이징) 난맥상을 풀기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캐피탈·보험 등 비(非)은행권이 대체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려는 복수의 중소·중견 PEF 운용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PEF 업계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KDB캐피탈 등 은행지주 계열 캐피탈사를 제외하고는 자금줄이 막혔다”며 “대체투자 휴식기(북클로징) 수준이나 다름없어 중소·중견 PEF 운용사의 펀딩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운용사(GP)가 PEF 결성을 위한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대기업집단의 사업재편 움직임과 PEF 운용사의 투자금회수(엑시트) 시도로 인해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와는 대비된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악화된 건전성 지표가 PEF 결성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6.9%)과 캐피탈(4.65%)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금융권 전체 연체율 평균(2.7%)을 웃돌았다.

대부분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은행계 캐피탈사는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바탕으로 여신전문금융채를 발행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하다. 반면 금융지주에 속하지 않은 독립계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부실화 여파로 영업축소 내지 중단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자본적정성 비율 관리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그 충격이 투자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최근 캐피탈업계가 위험가중자산(RWA) 기준을 기존보다 4분의1 가량 낮추면서 PEF 운용사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산 5조원을 상회하는 중·대형 캐피탈사는 별도의 위험관리위원회를 통해 RWA 관리에 나선다. RWA란 손실률 익스포져(한도)를 감안해 위험정도에 따라 부여하는 가중치로, 미리 설정한 한계를 상회할 경우 캐피탈사의 신규 영업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뜻한다.

금융기관이 위험자산에 투자할 경우 충당금을 기존보다 약 4배 더 적립해야해 출자집행에 보다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RWA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캐피탈 투심 또한 얼어붙었다”며 “투자자산 옥석가리기를 통해 중형 PE 보다는 대형 PE 중심으로 PEF 시장이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또한 지난해부터 도입된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의 영향으로 PEF 출자 대신 채권투자로 선회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투자여력이 커졌지만, 강화된 지급여력제도로 인해 원금이 보장되는 국공채와 특수채, 회사채 등 채권 중심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재작년까지 적용된 구(舊) 지급여력제도(RBC)는 PEF 수익증권에 대한 위험계수로 12%를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도입된 K-ICS는 충격시나리오 방식을 도입하고, 가격이 최대 49%까지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개별 익스포저가 갖는 위험액을 산출하게 된다.

예컨대 보험사가 1000억원을 PEF에 출자했을 경우, 앞선 RBC 제도 하에서의 위험액은 120억원에 불과한 반면 K-ICS 제도에서는 최대 490억원까지 위험액이 불어나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K-ICS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온 보험사들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PEF 출자를 포함한 대체투자 규모와 비중을 상당부분 줄여왔다”며 “K-ICS 제도가 변경되지 않는 한 보험사들이 이전과 같이 적극적으로 대체투자에 나서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PEF들에게 출자자(LP) 다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랜 업력과 투자 성과를 보유한 대형 PEF 운용사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중소·중견 PEF가 각기 다른 펀딩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중견 PEF 운용사의 경우 기관이 소위 ‘뷰티 콘테스트’로 일컬어지는 정기출자사업에서 ‘루키 리그’를 선정하지 않을 경우, 닫힌 창구만 바라봐야하는 상황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투자 파이프라인 강화와 더불어 출자자 확대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하우스 색채 강화와 투자 철학 확립을 통해 LP 선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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