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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유정복 시장, 뉴홍콩시티에 ‘폭발’… 공약 폐기 해명에 오히려 여론만 더 키워
유정복 시장, 페이스북에 반박의 글 올려
공약 실패 은폐 위한 궁색한 변명인가… 무실적 인정하고 사과부터 했어야
조기 축구선수가 아시안컵 나간다고 했다가 이젠 월드컵 나가 우승하고 오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꼬집기도
글로벌톱텐시티 구상 발표보다 국제도시 정주여건(종합병원, 국제학교)부터 챙겨야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선8기 핵심 공약 1호로 내놓은 영종·강화 중심의 ‘뉴홍콩시티’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언론보도와 헛공약으로 영종 주민 등 시민을 기망했다는 여론이 확산해 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유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그의 주장을 요약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뉴홍콩시티에 대해 일부 언론이 ‘파기’, ‘좌초’ 등의 수사로 마치 공약 자체를 백지화 하는 것으로 보도하자, 시민단체 등은 한 발 더 나아가 ‘날림 공약’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는데 이같은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유치 대상을 홍콩 이탈 기업에 특정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기업에까지 넓혀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명칭도 ‘뉴홍콩시티’ 보다는 범위를 더 넓혀서 ‘글로벌톱텐시티’로 변경하려는 것일 뿐, 종전보다 파이를 더 키워서 그동안 연구해 온 마스터 플랜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뉴홍콩시티 건설이 사실상 어렵다고 스스로 시인했던 인천시와 국민의힘 인천시당까지 가세해 공약 ‘폐기’·‘좌초’가 아닌 사업을 ‘확대’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영종 주민 등 일부 시각에서는 ‘적반하장’이라고 성토했다. 차라리 뉴홍콩시티 핵심 공약의 당초 목적인 홍콩 내 국제금융기업들을 한 개도 이전해 오지 못한 실패부터 먼저 인정하고 설명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뉴홍콩시티 핵심 공약에 표를 몰아준 영종 주민들은 공약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자, 이미 실패한 공약임을 감지하고도 끝까지 지켜봐 왔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유 시장은 오히려 파이를 더 키워 추진하기 위해서라며 언론과 주민 및 시민단체 등을 질책하는 글로 궁색한 변명만 늘어 놓았다는 지적이다.

유 시장은 공약 실적이 전무한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정은 커녕 이제와서 뉴홍콩시티는 협소하니 세계 10대 도시로 도약시키는 ‘글로벌톱텐시티’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변경해서 추진하겠다는 주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5월 초 발표 예정인 글로벌톱텐시티 마스터플랜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마치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아닌 인천 동네 조기축구 선수가 ‘천지개벽’할 만한 일을 만들겠다면서 아시안컵(뉴홍콩시티)에 나가 우승컵을 들고 오겠다는 주장에 한번 믿어줬으나 실패하고 왔다. 그런데 이제는 월드컵(글로벌톱텐시티)에 나가 우승컵을 거머쥐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차라리 유 시장은 지난해 3월 인천의 비전을 담은 3대 목표와 12대 전략을 세운 뉴홍콩시티 비전 선포식을 거행하지 말고 여러가지 상황으로 보아 뉴홍콩시티의 당초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는 발표로 자연스럽게 전환했다면, 오히려 더 좋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 영종, 강화 주민 등 시민들도 이해 했을 것이다.

이미 시민들에게 비전을 다 설명해 기대감을 한껏 안겨줘 놓고 이제와서 파이를 더 키워 경쟁력을 가일층해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약 이행에 대한 무실적을 은폐하려는 모양새로 볼 수 밖에 없다. 파이를 더 키운 글로벌톱텐시티 건설이 2년 여 남은 유 시장의 임기 동안 얼마나 추진될 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재임되지 않고 시장이 바뀌면 이 프로젝트 또한 백지화될 소지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큰 그림도 좋지만, 지역을 위해 현실성 있고 반드시 필요한 민생 필수시설들을 마련해 주는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유 시장은 알았으면 한다.

종합병원과 국제학교는 외국인 정주여건에 필수 요건들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5·7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낸 김진용 전 청장도 지난 5대 청장 퇴임사에서 “우수한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일은 세계적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해외 기업들을 유치해 올 때 그들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자녀들의 교육환경”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유 시장도 시장 당선 보도자료를 통해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영종을 새로운 글로벌도시로 발전시키는 민선8기 역점사업으로 앵커시설 유치 등 마중물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을 영종에 유치해 오려면 김 전 청장과 유 시장이 주장한 대로 마중물사업인 국제학교, 종합병원 등 앵커 역할을 하는 외국인 정주여건부터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유시장은 손을 놓고 있다. 그 만큼 경제자유구역 영종은 투자유치 경쟁에서 밀리고 국제도시 개발은 더욱 더 지연될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글로벌톱텐시티 건설과 불가분의 관계인 외국인 정주여건 필수 시설인 종합병원, 국제학교등 앵커시설 유치부터 해결해야 한다. 개발지역에 이같은 필수 시설이 없는데 자녀를 둔 외국인과 외국기업 투자자들이 관심이나 가지겠는가.

큰 그림보다 당장 필요한 지역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유 시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시민들이 갈망하는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고 글로벌톱텐시티 건설도 가능한 것이다.

이제라도 유 시장은 영종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육, 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주민들은 유 시장을 믿고 지지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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