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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자영업자 눈물과 분노 외면하는 배달앱·정부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소상공인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들은 최근 현행 요금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배달 영업을 중단할 것을 논의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도 조만간 가맹점사업자단체들과 항의 집회 등 대책 마련과 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치킨·피자 등 배달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배민이 올해 1월부터 선보인 ‘배민원플러스’라는 정률제 요금제는 주문 금액의 6.8%를 중개료로 내야 한다. 배달비도 기존과 달리 업주의 선택권을 없애고, 3000원 내외로 강제했다. 결제 수수료 3%를 더하면 주문요금의 25~30%가 배민 수익으로 들어간다. 요기요, 쿠팡이츠 등 다른 배달 플랫폼 사업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민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새 요금제는 강제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이 싫으면 기존 요금제만 사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기존 정액제 점주에게 요금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새 요금제 사용업주에만 무료 배달 혜택을 주거나 앱에 새 요금제를 먼저 노출하는 식의 우대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장년층 가맹점 사업자들이 새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항의하는 부작용까지 빚어졌다.

소상공업 자영업자들이 더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의 수수방관적인 태도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마케팅은 자사 제품 우대를 금지한 불공정행위로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공정위 등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소상공인의 하소연과 고통은 계속되는데 적극적으로 중재를 나서는 기관도 보이지 않는다.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관련 부처가 앞다퉈 인상 원인을 찾는 것과 다른 태도다.

배달 산업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급성장했다. 국가는 막대한 세금과 인력을 투입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내하면서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그 사이 플랫폼 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배민은 2019년 매출 5654억원에서 2023년 3조 416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4000억원에서 2023년 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32조원 매출을 기록한 쿠팡의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3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배민은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 기준으로는 20위권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새 요금제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고 있다. 2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하다. 지금이라도 기존 요금제와 차별을 멈추고,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중재에 나서야 한다. 과거 배민의 경매식 광고상품과 오픈 서비스 정률제 전환 시도가 철회됐던 배경에는 정부와 국회의 적절한 역할이 있었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무료 배달 혜택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국 새 요금제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수수료 인상이 제품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외식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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