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로 내년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2배 늘고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전체 D램 시장 매출의 8%를 차지했던 HBM 비중이 올해 21%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2%에서 올해 5%로 상승하고, 2025년에는 1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HBM 판매 단가는 2025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판매 단가는 기존 D램의 몇 배, DDR5의 약 5배 높다”며 “이러한 가격 책정이 단일 디바이스의 HBM 용량을 늘리는 AI 칩 기술과 결합하면서 2023~2025년 D램 시장의 용량과 매출에서 HBM 점유율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25년 HBM 가격 협상이 이미 올해 2분기에 시작됐다”며 “D램의 전체 생산 능력이 제한돼 공급업체들은 미리 가격을 5∼10% 인상했으며 이는 HBM2E, HBM3, HBM3E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HBM 구매자들이 AI 수요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높아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데다 HBM3E의 실리콘관통전극(TSV) 수율이 현재 40∼60%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전시한 HBM3E 12단 제품 샘플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서명. 사진=김현일 기자

모든 주요 공급업체가 HBM3E 고객 인증을 받은 것이 아닌 만큼 구매자는 안정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또한 향후 기가비트(Gb)당 가격은 D램 공급업체의 신뢰도와 공급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평균판매단가(ASP) 격차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생산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회사의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고 있으며 해당 물량은 이미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전체 HBM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고, 해당 물량에 대해서도 고객사들과 협의를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전시한 HBM3E 12단 제품 샘플. 사진=김현일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2일 기자간담회에서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양사는 특히 용량이 36GB인 HBM3E 12단 제품을 두고 양산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내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내년부터 공급하려던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로 앞당겨 양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는 주요 AI 솔루션 제공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HBM 사양 요구 사항이HBM3E로 전환하고 12단 제품이 증가해 칩당 HBM의 용량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HBM 수요의 연간 성장률은 올해 200%에 근접하고 2025년에는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