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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태영건설 ‘노른자땅’ 반포 사업장, 결국 경·공매 간다
과기공, 반포 사업장 ‘채권 회수 돌입’ 공문 발송
“사실상 경·공매”…본PF 단계서 이례적 공매 운명
선·중순위-후순위 채권자 갈등 표면화 사례 지적도
금융권 “공매 넘어가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엔 지장 없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홍승희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반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결국 경·공매 절차에 돌입한다. 경·공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선순위 채권자와 사업을 정상 진행하려는 후순위 채권자 간 중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른바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반포 사업장까지 경·공매 절차를 밟으며 향후 태영건설을 비롯한 수 천개의 PF 사업장 처리에 험로가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 측은 최근 태영건설이 시공사를 맡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거복합시설 사업지에 대해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다른 대주단과 시행사, 시공사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회수 절차는 사실상 경·공매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장 토지에 대한 공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과기공이 공매를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대주단에 통보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반포 사업장은 빼어난 입지 덕분에 본PF 단계로 넘어가며 애초에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중에서도 무난한 개발 성공이 전망된 곳이었지만, 최대 투자자이자 선순위 대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과기공이 자체적으로 공매 추진을 결정하며 경·공매 수순을 밟게 됐다.

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3·4·5번지 일원에 주거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2582.3㎡ 부지에 연면적 1만5154.71㎡,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로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시행사는 반포센트럴PFV이며,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대주단에는 과기공과 KB증권이 참여했다.

하지만 반포 사업장은 선순위 채권자인 과기공과 다른 대주단의 갈등으로 태영건설의 59개 부동산 PF 사업장 중 처리방안을 유일하게 제출하지 못했었다. 특히 과기공은 추가 공사비 등 각종 현안마다 반대하며 워크아웃 확정 전에는 사업지 정상화 과정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브리지론이 아닌 본PF 상태에서 경·공매로 넘어가는 건 드문 사례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반포 사업장은 본PF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았고, 착공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조합원들이 개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찰이 되더라도 일단 공매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단, KB증권 등 후순위 채권자들이 향후 과기공의 결정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가 진행되면 선순위 채권자는 투자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후순위 채권자들은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후순위 채권자들이 상당히 반발하며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기공 역시 투자 원금을 모두 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과기공은 반포 사업장에 1순위 대출로 936억원, 2순위 대출로 350억원을 투입했다. KB증권은 2순위로 150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상태인데, 1·2순위 대주단이 원금을 회수하려면 최소 1400억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토지 공매를 진행하더라도 원금만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700억~800억원에 건진다고 하면 과기공도 200억~300억원 이상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 사업장의 공매 결정은 사업에서 철수해 원금을 회수하려는 채권자와 사업을 유지하려는 채권자 간 갈등이 표면화한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뿐 아니라 노른자땅인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투자금 회수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주단 간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늘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반포 사업장의 공매 진행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큰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포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유동성이나 손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기업개선계획을) 추정해뒀던 곳”이라며 “공매를 하든 계속 사업을 하든 워크아웃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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