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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탄불 오리엔탈 기차의 향수, 앙카라 ‘메소포타미아 특급’으로 부활[함영훈의 멋·맛·쉼]
앙카라 부터 디야르바키르 까지
7개 도시 방문하는 24시간 여정
낭만, 편안함, 알찬 여행 ‘일석삼조’
이스탄불은 소피아,이즈미르행 질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가면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출발점이 있다. 1919년 개통 당시 프랑스 파리까지 이어지는 유럽 최장 노선이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위스 심플론 터널을 거쳐 파리에 도달했었다.

지금이야 유레일이 유럽 곳곳을 모두 연결하지만, 1930-40년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세계 대전의 여파로 긴 노선을 단숨에 질주할 수 없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불가리아 소피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 근거리 국제노선, 이즈미르 등 자국내 남서부 일대 만을 다니고, 파리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중심으로 다니는 것으로 끊기면서, 명실상부한 근세적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사실상 사라졌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가 새로 구축된 메소포타미아 특급열차의 기점이 된다.
이스탄불의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기점이었던 곳은 요즘 시내 트램이 다닌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영광,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로= 그럼에도 이스탄불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의 출발점 혹은 종착점이라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가 새로운 특급열차 노선을 만들었다.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가 새롭게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는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에서 출발, 남동부의 중심지인 디야르바키르 (Diyarbakır)까지 총 1051㎞를 운행한다. 튀르키예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물론, 고대 유적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카이세리(Kayseri), 시바스(Sivas), 말라티아(Malatya), 엘라지(Elazığ), 빙골(Bingöl) 등의 도시를 지나 24시간에 걸쳐 앙카라에서 디야르바키르까지 이동하게 된다.

카이세리와 말라티야에서 3시간, 엘라지에서 4시간의 자유시간이 제공되는 만큼 여유롭게 관광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각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와 미식을 경험하는 것도 튀르키예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는 18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기차에는 9인이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침실 칸과 식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게베레 네스베 메드레사

▶히타이트 이후 숱한 세력의 유적 모인 카이세리= 추운 겨울에 튀르키예를 여행하는 탑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난방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이 밖에도 냉장고와 객실 내 수납공간, 쾌적한 화장실까지 갖춘 만큼 내 집처럼 편안한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 노선의 휴식지인 카이세리는 B.C.18~B.C.8세기 이 지역을 지배했던 히타이트 이후에도 여러 문명들이 거쳐간 지역인 만큼 문화 유적들로 가득하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중세 성들과 방어 시설 외에도 도너 쿰베트(Döner Kümbet), 그랜드 모스크, 셀주크 문명박물관, 게베레 네스베 메드레사(Gevher Nesibe Madrasa) 등 다양한 셀주크 유적을 돌아볼 수 있다. 튀르키예식 만두 요리인 ‘만티’는 카이세리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아르젠테페

▶문명의 십자로 말라티아, 지붕없는 박물관 엘라지=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 노선의 또다른 정착역인 말라티아는 메소포타미아와 아나톨리아 간 문화 교류와 무역의 중심지다.

말라티아 현지 상인들이 운영하는 바자회에서는 독특한 구리 수공예 제품들을 판매하니 한 번쯤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근처 사이어(Sire) 마켓에서 판매하는 살구도 별미다. 말라티아의 아르젠테페(Arslantepe) 고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만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엘라지는 수세기동안 무역로에 위치하면서 신앙, 문화, 건강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온 곳으로 고대 유적들로 가득하다. 엘라지의 필수 관광명소로는 하르푸트 성 (Harput Castle), 아나톨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성모 마리아 교회, 그리고 하르푸트 그랜드 모스크 (Harput Grand Mosque)가 있다.

제르제반 성

▶디야르바키르:33개 문명백화점= 디야르바키르는 튀르키예 문명의 역사에서 대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무려 33개의 문명이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곳으로, 수많은 문명의 본거지 답게 건축물부터 미식, 전통 예술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다양성을 지닌 지역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디야르바키르 성벽과 헤브셀(Hevsel) 정원문화 지구를 비롯해 그랜드 모스크, 술레이만 모스크, 이체칼레(İçkale) 고고학 박물관, 미트라(Mithras) 신전, 제르제반(Zerzevan)성 등 다양한 명소들이 있다. 튀르키예식 디저트인 버마 카다이프와 갈비 요리는 반드시 맛봐야 할 이 지역의 명물이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낭만과 편안함, 알찬 여행 일정까지, 일석삼조를 챙길 수 있는 기차 여행이 메소포타미아 노선이라고 단언한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를 가진 나라이기에 나라 전체가 지붕없는 박물관이다. 크루즈 기항하듯, 몇몇 역에서 관광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는 관광객에게 특화된 기차노선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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