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및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은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2일 오후 선고 공판이 열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을 빠져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북 방문 비용과 스마트팜 사업 비용 등 대납을 목적으로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낸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12일 김 전 회장에게 뇌물공여죄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내주기로 하고 북한에 이를 보낸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중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중 164만 달러, 이 전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230만 달러의 외화를 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이 전 대표 방북 비용 200만 달러는 북한의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실장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는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는 부분을 부인했으나 관련 사건 진술, 경기도 내부 문건 등에 의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대북 송금 목적에 대해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국 허가 없이 외화를 반출하고 북한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실제 미승인 대북 협력사업을 시행(남북교류협력법 위반)했다는 취지다.
김 전 회장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스마트팜 사업 자금 대납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이 적용되는 ‘협력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예정돼 협력사업에 해당하고, 비용을 지급한 것은 ‘시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은 협력사업의 준비행위에 불과해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유력 정치인과 관계 유지를 위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시행해 정부 관리·감독 하에 추진돼야 할 사업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해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 이후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는 지난 6월 선고된 이화영 판결과 같은 이유로 김성태 피고인의 공소사실 대부분에 유죄를 선고했다”며 “특히 쌍방울 그룹이 북한에 500만불, 300만불을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지원과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이었다고 다시 한번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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