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 일자 7월 11일 “다양한 의견 수렴”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국가상징 조형물 조성 위치.[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로공원 앞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에 논란이 일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해 추진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6월 25일 제74주년 6.25를 맞이해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대와 맞지 않는 국가주의적 발상, 광화문광장의 탁 트인 풍경 저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오 시장은 7월 11일 다시 한 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역사와 문화, 시민정신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가상징공간”이라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기존 계획처럼 태극기 게양대 형태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역사적인 순간들을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상징물을 시민, 전문가 의견을 모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여론이 이 사업 방향 설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 “다양한 의견 충분히 수렴”…여론이 관건=이에 따라 시가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서울시의회가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관련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여론 조사를 의뢰한 이병도 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가 이 조사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시의회는 이 조사를 지난 4일 입찰공고했다가 5일 취소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등이 취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병도 시의원은 8일 광화문 태극기 게양대 여론조사를 다시 의뢰해 입찰공고를 앞두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앞서 입찰공고됐다가 취소된 조사는 도시계획위원회 명의였으나,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조사는 예산결산위원회 명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가 시의회와는 별도로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할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시는 11일 기자설명회에서 조형물의 예시로 50m·70m·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미디어 화면(파사드)으로 태극기를 보여주는 장치, 높이를 10∼70m까지 조정할 수 있는 가변형 게양대를 제시했다. 태극기 외에도 무궁화를 주제로 한 조형물과 조경도 제시됐다.
▶프랑스 에펠탑, 호주 오페라하우스 같은 ‘힙’한 상징물 없나요?=하지만 프랑스의 국가적 상징물로는 에펠탑, 호주는 오페라하우스, 미국은 워싱턴 기념탑 등이 사용되고 있다. 태극기나 무궁화 같은 국가 상징을 활용한 건축물 건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정부의전편람에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5가지 국가상징인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나라문장(국장), 국새(나라도장) 등 모든 것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100m를 고집할 이유가 없고 꼭 태극기를 소재로 쓰지 않아도 좋다. 무궁화꽃을 소재로 한 조형물을 만들 수도 있다. 어떤 디자인도, 높이도 좋다”면서 “마음과 귀를 열겠다. 다 함께 공론의 장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는 세종로공원의 지상과 지하 공간을 개발해 관광객 누구나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시는 국가상징공간 조형물에 110억원, 세종로공원 개발에 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국가상징공간에 대해 8~11월 통합설계공모, 내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 내년 5월 착공해 1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세종로공원은 1년여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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